도시와 개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2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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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 한 권을 읽을 때에도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 할 때가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고 쿠바 혁명과 체 게바라, 파블로 네루다의 이름 정도 들어서 알고 있던 저에게 어느 날 ‘세사르 바예호‘가 찾아왔습니다. 마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 왔다는 시처럼. 바예호는 ˝장마당 음유 시인들에게조차 기꺼이 월계관을 씌워주는 리마의 거리에서도 무시당한 위대한 무명 시인˝이고 정의 내려졌을 때 덧붙여 그를 ˝고독과 동행한 삶을 산 사람이었고, 최근에 와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의 시가 지닌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이가 바로 바르가스 요사 입니다. 바르가스 요사는 유럽 문학이 침체기를 맞은 1960년대에 갑자기 ‘붐‘을 이루며 등장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세대 ‘붐 세대(generacion del boom)‘의 대표 작가로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푸엔테스, 코르타사르 등이 있습니다. 바르가스 요사의 데뷔 작인 [도시와 개들]은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도시와 개들]은 바로 바예호가 살던 거리이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리마를 배경으로 합니다. 정확하게는 작가 본인이 중퇴한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입니다. 소설에는 실제로 군사학교에 살고 있는 개도 등장하고 3년 과정의 군사학교에서 신입생도들을 ‘개‘라고 부르고 있어 제목의 ‘개‘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밀려나 리마로 오게 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별명은 시인-는 다음 화학시험에 낙제를 하는 게 두렵습니다. 곧 졸업을 하는 5학년으로 3년 동안 함께 한 1반 생도들과 별다르지 않게 ‘노예‘라는 별명으로 리카르도 아라나를 부르고 야한 글과 시로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사건의 발달은 바로 그 화학 시험지를 훔쳐 낸 왕초 클럽 중 한 명을 누군가 고발하며 주말 외출이 모두 취소되면서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갑니다.

책의 1/3 지점까지 읽었을 땐 정말 계속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시점, 시제, 당사자 등등 혼란이 계속 되었고 군사고등학교에서의 사건이 진행 되나 싶을 때 시간은 다른 누군가의 과거로 와 있습니다. 그래도 1부는 알베르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어 여기까지는 읽자 싶었는데 그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2부를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갈증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5학년 1반 생도의 죽음, 그 죽음을 사고사로 결정 지으며 덮으려는 학교와 군체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고발과 그럴 가능성을 깨달은 감보아 중위, 비밀스런 2부의 화자가 나래이션처럼 과거형으로 서술하다 어느시점엔 다시 현재로 또다시 바뀐 화자 등으로 [도시의 개들]은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립니다.

성에 관한 직설적인 표현들과 음담패설, 그 어디에서도 접해 보지 못한 날것의 표현들, 계층과 차별적인 시선들, 폭력들과 범죄의 결과물로 삶을 영유하는 인생들이 즐비한 [도시와 개들]이지만 그만큼 그 시대를, 시절을, 페루의 상황을 잘 전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의 첫 관문으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도시와 개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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