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일본인은 가깝지만 먼나라일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관념자체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무엇인가 다른 독특성과 차별성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런것 같다. 본서는 이와같이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결코 가까워지기 어려운 일본과 일본인들이 가지는 그 독특한 사고와 정서의 정체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은 다름아닌 '공기' 라고 표현되어지는 무형의 요소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숨쉬는 공기와 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본인들의 깊은 정신과 사고 구조 속에서 그들의 행동과 선택을 좌우하게 만드는 일종의 삶의 방식이며 그것을 둘러싼 정서이자 분위기를 말한다. 어떠한 일들을 결정하고 행할 때에 그 결정과 선택이 상식적으로 맞지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공기가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모든 반론의 여지를 원천봉쇄 시켜버리는 그 '공기' 의 존재는 일본인들에게는 참으로 신적 파워를 가진다. 태평양 전쟁을 비롯해서 수 많은 침략 전쟁을 통해 역사적으로 동남 아시아와 세계를 상대로 제 1의 민폐국임을 자인한 일본의 그 정신세계 속에 내재한 '공기'는 그들의 삶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정신과 사고 구조의 틀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일본이 저지른 가장 큰 전쟁인 태평양 전쟁에서 자신의 비행기를 몰고 미군 군함으로 돌진하도록 만든 자살특공대인 일명 '가미가제' 나 미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으면서도 총검돌격을 감행한 소위 똘아이들도 하지않을 '반자이 어택' 등을 가능케 한 그 정신과 사고 구조의 틀 그 깊은 내면안에는 이방인인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 '공기'의 힘이 있지않을까? 책을 덮으며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의 이 '공기'와 유사한 어떠한 것이 없을까? 생각을 하던 찰나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몇가지 떠오르는 단어가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체면'과 '수치심'. 깊은 유교적 전통과 양반문화를 통해 전해져 내려온 한국인들의 정서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허례허식의 체면과 수치심 문화. 수천, 수억원의 아파트와 승용차,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혼수와 결혼식 비용, 소위 sky 대학교 입학을 위한 부모들의 피터지는 뒷바라지 등등 열거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니 그냥 정말 공기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듯이 우리네 삶을 둘러싼 이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과 수치심'의 문화. 어쩌면 조금 의미의 포인트가 다를 수도 있지만 무엇인가 일본인과 한국인의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불가항력의 마법과 같은 힘이라는 차원에서는 이 '공기'와 '체면'은 비슷한 점이 더 많다.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이지도 못하고 자율적이지도 못함으로 무엇인가에 나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수동적으로 드라이브 되어지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서 분명 일본인의 '공기'와 한국인의 '체면'은 동질적인 면이 더 많다. 아무튼 본서는 오래 전 읽은 '국화와 칼' 이후 일본을 움직이는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인 '공기'라는 존재를 통해 일본과 일본인의 사고 구조의 4차원적 특질들을 파악하도록 하는데 아주 훌륭한 교과서이다. 그리고 첨언하자면 분명 본서는 인간의 세계관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확장시키면 서평이 너무 길어지고 사족이 될 수 있기에 여기서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