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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야 ㅣ 현대지성 클래식 16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월
평점 :
디스토피아 소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이다. 새해들어 현실에 대한 풍자와 미래 세계에 대한 암울함으로 대변되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한권의 책을 만났는데 바로 오늘 소개하는 미국이 낳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다.
미국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그림이 떠오른다. 국민의 주권과 목소리가 언제 어디서나 수렴되고 국민들은 자신의 능력과 의지를 따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그야말로 국민의 인권과 행복이 보장된 나라. 본서는 이러한 미국하면 떠오르는 매우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러한 미국에서 독재정권이 탄생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의 부호를 던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은 그림조차도 미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표지삽화를 통해 It can't happen here! 라고 그러한 의문을 불경스러움으로 일축해버린다.
가난한 국민들의 대변인으로 자처하며 그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민주당 상원의원 '윈드립'은 당선 후 자신의 사병조직 '미니트맨'과 함께 행정구역 개편, 대학과 언론 장악 등을 통해 독재의 수순을 착실히 밟기 시작한다. 더불어 본서의 주인공인 신문사 편집장 '도리머스 제섭'은 이러한 상황들을 예의주시하지만 결코 반대의 목소리를 내거나 저항하지 않는데...
그렇다. 자유 민주주의의 기수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독재정권이라니? 이 무슨 얼토당토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저자는 바로 이러한 대다수 사람들의 뿌리박혀 있는 고정관념과 인식의 틀을 헤집고 미국에서도 충분히 독재정권이 들어 설 수 있는 개연성을 소설을 통해 풀어낸다.
얼마 전 지금 가장 핫한 영화라고 하는 '1987'을 관람했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가족과 삶을 송두리채 내던졌던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에 그저 뒷편에서 희생의 떡고물을 받아 먹고 가늘고 긴 인생을 살아가는 대다수 우민들이 상존하는 것이 작금의 우리네 세상이다.
비선실세를 통한 정국의 혼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지켜보며 그리고 그러한 결과를 이끌어 낸 비폭력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글귀가 머릿속을 스친다. 소설 속 주인공 도리머스 제섭의 모습은 다름아닌 바로 위와 같이 권리 위에 잠자는 자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사위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독재와 불의에 침묵했고 무관심했던 자신을 포함한 제 2의 도리머스 제섭인 우리들을 향해 후회와 절망의 탄식을 밷어낸다.
미국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처럼 인터넷과 SNS등이 발달된 최첨단의 사회에서는 정보와 언론의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불의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늘 밑에 숨어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본서의 주인공 도리머스 제섭의 모습과 동일하다. 누군가 해주겠지! 누군가 나 대신 싸워주겠지! 그리고 그렇게 불의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침묵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이건 소설의 내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가 될 수 있음이 바로 저자가 본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역설적 메시지 속의 진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