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치니코프와 면역 - 현대 의학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의 열정과 삶
루바 비칸스키 지음, 제효영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메치니코프! 하면 대다수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TV 광고 속에서 수 없이 많이 접했던 '메치니코프 유산균 요구르트' 일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메치니코프가 사람 이름인지도 모르고 단지 상표명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본서는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산균 요구르트 상표명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동물학자이자 미생물, 면역학의 선구자인 파스퇴르 연구소의 교수였던 <일리야 메치니코프>의 삶과 과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가 평생토록 이룬 그의 눈부신 연구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전기이다.

 

 

19세기 중반 남부 러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출생한 메치니코프는 어린 시절 동네의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을 불러모아놓고 돈을 주면서 자신의 강의를 경청하도록 만들 정도의 다른 아이들과는 무엇인가 다른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가진 인물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청년 시절에는 당시 러시아의 젊은 세대의 주류의 시대정신이었던 니힐리즘(허무주의, 염세주의)의 신봉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다른 평인들과는 다른 그만의 유별난 모습을 견지했다. 그런 그가 미생물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불가사리의 유충 속에 떠돌아다니는 정체불명 방랑세포의 기능을 발견하면서부터이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를 둘러싼 이 세포들의 식균작용을 발견한 이후 메치니코프는 인체 면역학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기 위한 식세포 이론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싸움이 얼마나 기니긴 세월을 필요로하며 수많은 적대자들의 공격과 저항에 맞서야만 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체 말이다.

 

그렇게 식세포 이론과 그 이후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인체의 장내 독소에 대한 연구로 눈을 돌리며 요구르트 유산균이 이 장내 독소들을 쫓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요구르트 생산의 신기원을 이뤄낸다.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이 불굴의 의지를 지닌 괴짜 과학자의 삶과 열정은 자신의 몸을 직접 생체 실험의 재료로 사용하는 등의 상상하기 힘든 과학적 기행을 낳았지만 그의 이러한 무모하리만한 과학에의 타오르는 갈망과 열정을 통해 면역학과 노화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사실은 독자들의 입장에서 두고 두고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1916년 생을 마감한 이후 그의 타계 100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메치니코프의 과학적 성과는 인류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독자는 본서를 통해 그의 탁월한 과학적 업적의 이면에 숨겨진 수 많은 연구의 실패와 절망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곧추 세울 수 있었던 인간 메치니코프의 땀과 눈물, 그의 삶을 향한 간절함에 전율하게 된다.

 

첫번째 아내를 결핵으로 떠나보낸 후 자살을 결심하고 다량의 몰핀을 과량 복용했지만 운좋게 살아남은 후 그의 삶에 대한 갈망과 생에 대한 욕구는 죽기를 결심한 이전보다 더 뜨겁게 불타오르게 된다. 어쩌면 그의 이러한 죽음을 각오했던 투쟁적 의지가 그의 과학을 향한 종교적 신념으로만치 승화되어 누구도 쉽게 이룩할 수 없었던 역사적인 위대한 성과물의 자양분이 된 것이 아닐까?

 

위대한 인물은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본서를 읽어내려가며 작은 시련과 인생의 폭풍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짐으로 자신의 삶을 힘없이 놓아버리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떠오르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노파심의 증거일까? 어찌되었던 본서는 지금의 눈부신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살아가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열악했던 19세기를 살다 간 한 탁월한 과학자의 삶을 통해 작금의 시대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삶의 문제를 헤치고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도전이며 격려로 다가온다.

 

메치니코프! 이제 그 이름은 적어도 내게는 한낱 유산균 요구르트의 상표명이 아닌 열정과 불굴의 대명사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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