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 연습 -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17
로렌스 형제 지음, 이광식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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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내 여러 기독출판사에서 출간이 된 본서를 기독교 고전 전문 출판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CH북스에서 완역판으로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만났다. 17세기 프랑스의 가르멜 수도회의 평신도 수사로서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지평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간절히 갈망하며 간구했던 로렌스 형제가 자신의 신앙적 깨달음과 묵상을 보몽의 수도원장과의 대화와 서신으로 주고 받던 내용이 후대에 책으로 편찬되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30년 전쟁 기간 중 프랑스군의 병사로 참전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고 회복 된 후 회심하고, 평신도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로렌스 형제의 신앙적 삶의 궤적을 따라갈 때 독자는 점층적으로 그의 하나님을 향한 타오로는 갈망과 사랑, 그의 임재하심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경외함과 애타는 간절함이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로렌스 형제는 본서를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경험은 곧 삶의 방식이며 끊임없이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임을 역설한다. 또한 그것은 무엇인가 멋드러진 일을 해야지만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그 삶의 터전과 상황 속에서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시냇물을 찾아 헤매는 사슴과 같은 심정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전심으로 찾고 찾을 때 경험하는 신앙의 최종 목표이며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궁극적인 경건의 푯대임을 말한다.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그분과 교제하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이 본서에서 로렌스 형제가 말하듯이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당신을 드러내시고 그분의 뜻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오직 기록된 말씀으로서 특별계시인 '성경'을 주셨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우리의 삶의 정황 속에서 만나게되는 그 알쏭달쏭한 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성경이 말하는 진리의 이정표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성례와 예배'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그분과 교제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으로만 보았을 때 로렌스 형제의 지극히 주관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임재의 연습'이 가져다 주는 교훈은 신학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본서를 통해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는 로렌스 형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파악했을 때 주방에서 감자를 깍으며 더러운 솥을 씻고, 스프를 끓이면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자신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갈망했던 한 평범한 수사의 신앙 여정에 대해 기꺼이 동의할 수 있었고, 왜 본서가 300여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토록 큰 도전과 감동을 선사하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또다른 급격한 변화와 쏟아지는 정보의 물결,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내가 믿는 하나님의 임재를 실제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는 넌센스이다. 이렇듯 잠시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믿고 따르는 그 경배의 대상이신 하나님의 현재적 경험에 대한 묵상이 너무나도 필요한 세상이기에 어쩌면 이 140여페이지 밖에 안되는 얇은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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