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의 정신으로...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목민심서 - 읽으면 힘을 얻고 깨달음을 주는 지혜의 고전 ㅣ 삶을 일깨우는 고전산책 시리즈 5
정약용 지음,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17년 11월

<목민심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행정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백성을 다스리는 지방 수령들, 즉 목민관들이 가슴에 새기고, 마음으로 지키고 따라야 할 72개의 예법을 서술한 책이다. '목민'의 의미는 이른바 '백성을 기른다'의 뜻이며 '심서'는 유배 생활로 인해 "목민할 마음만 있을 뿐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다산 선생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의미이다. 본서는 이러한 백성의 어버이로서의 마음을 가지고 기록된 <목민심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편저자가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간추려서 현대인들에게 맞춤식으로  편집한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본서를 통해 다산 선생은 특별히 지방 행정의 책임자 즉 목민관이 따라야 할 지침으로 관직에 처음 부임할 때의 지켜야 할 사항들부터 관직에서 물러날 때 지켜야 할 사항들까지 각장 6조씩 12장, 총 72개조의 구구절절 주옥같은 가르침의 편린들을 베풀고 있다.

백성들을 섬기는 자세, 흉년이 들었을 때 구제하는 방법, 예와 교육을 장려하고, 백성들의 사정을 헤아리는 과하지 않은 세금 징수법, 공정한 형 집행과 같은 공의의 실천 등이 재미있는 예화의 옷을 입고 재탄생되고 있는 본서를 통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람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옛 선조의 깊은 긍휼과 인애의 정신을 본받게 만든다.

특별히 나는 목민관이 지방 관직에 부임을 받고 임지에 내려갈 때 지켜야 할 사항들과 임지에서의 모든 임기를 마치고 그 관직을 떠날 때 지켜야하는 목민관의 태도에 대해 설명하는 다산 선생의 글을 보며 코끝이 찡함을 느낀다. 임지에 부임하는 목민관은 의복과 말은 모두 헌것으로 하며 수행원도 최소, 이부자리와 솜옷 외 책을 한 수레 싣고 가면 그것으로 족하며 관직에서 물러날 때에도 헌 수레와 여윈 말이면 족하다는 다산 선생의 가르침은 평생 백성을 사랑하는 청백리의 표상과 기준으로 어느 단체에서든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어야 할 은금과 같은 말씀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와 한 고을을 다스리는 리더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주목해야 할 덕목들이 참으로 많다. 하지만 그러한 덕목과 성품들을 제대로 갖춘 리더십의 부재는 그 리더십의 부재가 가져오는 폐해의 희생자로서 항상 힘없는 민초들을 지목했고,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음을 굳이 역사책을 뒤지지 않아도 충분히 발견하게 되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백성들을 위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리사욕과 일신의 영화를 누리기 위한 리더들이 가진 그 극도의 탐욕과 이기심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이 땅의 리더들에게서도 부지기수로 찾아볼 수 있는 일이기에 피부로 와닿을 수 밖에 없다.

몇해 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화창한 여름 날 남양주 조안면에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양평과 남양주가 맞닿아 있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어우러져 하나의 물줄기로 만나는 두물머리가 근방에 있는 한적한 느낌의 평범한 기와집이였다. 생가를 둘러보며 평생 애민의 정신으로 한 생애를 살다간 옛 선조의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빛을 발하는 발자취와 집안 곳곳에 묻어나는 선비의 체취를 맡으며 상념에 잠긴 적이 있다.

본서를 통해 18세기 중엽을 살다간 다산 선생이 백성을 어버이의 마음으로 자식처럼 여기는 애민과 청렴의 정신이 사라져 버린 21세기 이 시대의 한복판을 살아가는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자기 밖에 모르는 짐승과 같은 추악함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 갈 것인가? 내 이웃의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적어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다 갈 것인가? 공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본서는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