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물 최고의 선물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이랑 그림,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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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필립 얀시'라는 기독교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단어를 '은혜'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사랑'을 떠올릴 텐데 의외의 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사랑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상당히 퇴색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세상이 정의하는 사랑은 다분히 조건적이며 가변적이다. 상대의 조건이 맞으면 사랑하지만 기대하던 환경이 변할 때 사랑도 변질되기에 어쩌면 얀시가 말한 오염되지 않은 단어는 은혜가 유일한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 사랑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재고하길 종용하는 작은 책 한 권을 만난다. <최고의 선물 /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북다 펴냄>은 <연금술사>라는 베스트셀러로 한국에도 이미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에세이다.

<최고의 선물>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사랑'이다. 파울로는 19세기를 살다 간 스코틀랜드 출신의 복음전도자 '헨리 드러먼드'가 남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 본 작품을 썼다.

이 책은 헨리 드러먼드가 아프리카 선교 여행을 다녀온 후 영국에서 일단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교한 고린도전서 13장의 메시지로부터 시작된다. 책의 챕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나뉘어 각 시즌별로 사랑이 갖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느끼게끔 집필되었다.



"한 사람의 믿음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드러납니다" p25

"작고 단순한 미덕들이 사랑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구성합니다." p 30

"행복은 가지고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오직 베푸는 데 있습니다. 진정한 성취는 베풀고 섬기는 데 있습니다." p57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명언이다.

그럴싸한 말로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방식으로 그 사람의 믿음이 증명된다. 반면 삶의 매 순간에 타인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작은 미덕들이 모여 사랑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구성한다.

무엇인가 크고 거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가진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친절을 베푸는 행동 하나가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더불어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며 좇는 행복은 결국 소유에 있지 않고, 오직 베푸는 데 있다는 메시지는 하나라도 더 가져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고 외치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의 메시지를 거스른다.

책이 주는 또 다른 통찰은 사랑도 연습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대에 대한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무슨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사랑은 한 인간 안에 내재한 일종의 성품이다. 근육을 단련하듯 이웃을 끝없이 사랑하겠노라는 다짐과 연습이 관대함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온전한 사랑을 표현할 수 없기에 인간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그 사랑이 필요하다.

책의 말미에는 우리가 하나님의 최후 심판대 앞에 섰을 때 우리에게 주어질 질문이 어떻게 살다 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했는가라는 질문이란다. 작가는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밀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사계절의 다양한 꽃을 예쁘게 일러스트레이션 한 향기 가득한 책이다. 사랑의 원의가 왜곡되며 훼손되어 가는 이 시대에 나 자신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참된 뜻과 가치를 되새기게 만들기에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저작이다.

가톨릭 신앙을 표방하지만 신은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어느 곳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범신론적 관념을 가진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에세이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원작이 기독교적이기에 파울로의 이 작품은 상당히 복음적인 색채가 강하다. 서점의 기독교 도서 코너에서 만날 수도 있는 저작이지만 엄밀히 말해 기독교 신앙 도서는 아니다. 작가가 갖고 있고 추구하는 사랑에 관한 내적 영감이 헨리 드러먼드의 저서를 통해 새롭게 채색되고, 꽃을 피웠다고 보는 것이 본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분명 인간은 서로를 아껴주고, 배려하며 사랑해야 할 존재다. 하지만 서로를 남용하며 무시하고 증오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상이 지금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아닌가?

그렇기에 파울로는 이 작은 에세이 한 권을 통해 사랑이 갖는 가치와 진의를 많은 이들이 찾고 깨닫도록 하기 위해 펜을 든 것이 아닐까? 비평적 시각을 견지한 채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책을 펼칠 때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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