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덕감정론 ㅣ 현대지성 클래식 70
애덤 스미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감정의 유무다. 특별히 좋음과 싫음, 선함과 악함의 명암이 뚜렷이 대비되는 도덕감정의 있고 없음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명확히 한다. 배가 부르면 상대를 해치지 않는 야수와 달리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배가 불러도 상대를 절단 내기에 주저함이 없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이렇듯 인간의 감정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도덕적 얼개를 이룬다. 인간의 마음, 특별히 윤리와 도덕적 측면에서 인간에게 내포된 감정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한 탁월한 저작이 있다.
<도덕감정론 / 애덤 스미스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18세기 중반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풀어헤친 마음 해부도와 같은 고전이다. 학창 시절,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개념으로 만난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작품 <도덕감정론>은 저자가 <국부론>보다 더 아꼈다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지적 체계다.
저자가 <국부론>에서 시장 경제를 움직여가는 부에 대한 통찰을 다뤘다면 <도덕감정론>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한 축으로서 인간 본성에 내재한 도덕과 윤리에 관한 관심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인간은 본래 이기심으로 가득한 나 본위의 이기적 존재임을 명확히 밝힌다. 그러나 인간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이라는 훌륭한 도덕성을 지닌 존재다. 동료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슬픔에 대한 도덕적 감정의 발현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감정의 교류와 이해, 공감이 매우 중요한 상호 생존의 요소임을 깨닫게 한다.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있어서 인간의 이기심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독소가 아닌 극복해야 할 장애다. 저자는 이기심을 가진 인간이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의 구현은 상대방이 가진 감정에 대한 참된 이해와 공감임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의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저자가 던지는 공감의 내면화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분노하는지 또는 왜 저리 즐거워하며 행복해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서로를 향한 관용과 인내라는 미덕을 생산한다.

<도덕감정론>은 해제를 제외하고도 600여 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계몽주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로서 애덤 스미스의 본 저작이 갖는 사상적 배경에는 자연신론의 흔적이 다분한데 '공정한 관찰자' 개념이 대표적이다.
'공정한 관찰자'는 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메타포다. 인간의 내면에는 제3자로서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있다. 내가 어떤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나 스스로의 행위를 절제하며 성찰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은 그런 행동을 하며 감정을 쏟아낼 때 의식하게 되는 타인의 시선이다.
타인의 시선은 다분히 나의 내면 안에 상존하는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제3자다. 공정한 관찰자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들어 보다 나은 사회를 일구어가는 도덕 체계의 내면화된 시스템임과 동시에 불일 듯한 분노와 억지스러운 기쁨을 절제하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인간 내면의 신적 요소다.
결국 합리적인 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며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감정론>의 철학적 기저에는 나 자신과 이웃, 세상과 우주에 대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지식을 높이 평가한 스토아 철학과 자연신론의 향기가 짙다.

<도덕감정론>은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가득 담고 있는 저작이며 나와 타인, 우리가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근본적으로 타락한 인간 본성의 역겨움을 전제할 때 그 안에서 서로의 마음과 감정, 행위를 이해하고 정의 내릴 수 있는 흥미로운 안경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공부하듯이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재야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서평 할 때 '애덤 스미스'를 은근히 폄하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책을 읽는 내내 빚진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고전 독서는 언제나 열린 비평을 환영하지 않는가?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타락한 인간 본성의 시대 속 '공정한 관찰자'의 온전한 내면화와 성취가 과연 완벽한 도덕적 사회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더 나은 인간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훌륭한 저작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