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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ㅣ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양에 <군주론>이 있다면 동양에는 <손자병법>이 있다. '마키아벨리'가 왕의 통치 철학을 말했다면 '손자'는 장군의 용병 철학을 담아냈다.
<손자병법 / 손자 지음 / 현대지성 펴냄>은 중국 춘추시대 최고의 전략가인 손자가 오나라에서 자신의 병법을 실전에서 펼쳐 보였던 이미 검증된 전략전술서다. 동서양의 수많은 지성인들에게 삶의 지혜와 인생의 통찰을 제공한 저작이 갖는 가치와 무게는 실로 크다.
분명 전쟁을 위해 쓰인 책이기는 하지만 국가 간 전쟁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와 처세에 관한 조언으로까지 교훈의 범위는 확장된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한 평생을 살다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병법서가 던지는 한마디가 실로 신박하기에 본서는 집어 들고 읽어야 할 이유가 다분하다.
본서는 총 13편으로 구성된다. 애써 구분하면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보통 6편까지는 전쟁을 함에 있어 대전략에 관한 부분이며 7편부터는 전략을 실행하는 세세한 전술에 관한 내용이다.
본서의 장점은 원문을 완역하여 내용이 충실하고 빠짐이 없다는 것! 각 장은 주요 병법의 주제를 원문 그대로 실었고, 그것을 역자가 정확히 번역하며 해석했다. 원문 해석의 뒤에는 해당 주제와 관련한 고사와 에피소드를 함께 엮어 고서가 가질 수 있는 지루함의 편견을 불식시킨다. 그만큼 읽기 쉽고 재미있어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흔한 경구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
손자는 전쟁을 하기 전 적과 나를 아는 것이 필수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전쟁의 승패는 싸움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아는가의 여부에 따라 갈린다. 그렇기에 명확한 자기 인식 속 타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함부로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은 나무로 만든 총을 갖고 싸운다는 어처구니없는 인식 속에서 겁도 없이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군의 오판이 일본 패망의 시작이 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나와 타자에 대한 앎은 전쟁뿐 아니라 지금도 얽히고설킨 수많은 우리네 인간관계 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며 이는 <손자병법>이 시대를 넘어선 처세의 바이블임을 말해준다.
더불어 <손자병법>은 역설로 가득한 육각형 저작이다. 죽고 죽이는 전쟁을 가르치는 병법서이며 동시에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인과 도의 가르침을 설파한다. 그렇기에 본서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과 원칙은 최소의 희생으로 온전한 결과를 이루어내는 '전('全)에 녹아있다.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모략의 추구, 불가피하게 전쟁을 했을 때는 가능한 많이 죽고 죽이지 않으며 승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용병의 원칙 속에는 민초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중시했던 손자의 애민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전략을 실전에 적용하는 상세한 전술의 항목이 가득하다. 부대를 운용하는 방법부터 전술 기동, 지형지물의 확보, 매복과 복병의 활용 등 진짜 싸움이 벌어졌을 때 효과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일종의 교전 교본이다.
전쟁의 명분은 대부분 탐욕에 기인한다.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극강의 이기심과 끈적한 욕망이 전쟁을 부추긴다. 손자는 가능한 전쟁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병법서를 썼으니 이 또한 모순이다. 그러나 그의 사상이 노자의 도가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손자의 비범함을 증명한다.
무위자연으로 대변되는 노자의 도가 사상의 핵심은 탐욕과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며 겸손히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는 가르침이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유명하게를 외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상처와 아픔을 주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의 생채기를 낸다. 그렇기에 손자는 이런 통증의 세대 속 고통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다툼의 문제를 가능하면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고뇌 속 <손자병법>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힘을 빼며 내려놓고 버릴 줄 알면 타인에게 아픔을 줄 일이 없다. 무언가를 자꾸 성취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이웃의 심장에 못을 박는다.
인위적이며 작위적인 세상 속 노자의 사상이 짙게 깔린 <손자병법>은 그야말로 전쟁을 그치게 하기 위한 병법서이기에 모순이며 역설 가득한 저작이 맞다! 내포하는 의미가 다양하기에 읽는 관점도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고전의 향기가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