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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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몇 해 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라는 제목부터가 섬찟한 책 한 권이 서점가에 작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의 저자는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다. 서울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신선했지만 책의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과 독서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시간이 흘러 또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유성호 교수가 수많은 시체를 부검하며 경험한 생존과 건강에 관한 금쪽같은 조언으로 가득한 저작이다.

보통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는 사건, 사고를 수사하기 위해 시체를 부검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한 답도 아니다. 불의의 사건,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부검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사망했을 때도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 부검을 하는 경우도 많단다.

본서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실려온 시체뿐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 질병과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사망한 시체의 부검을 하며 저자가 발견한 건강한 삶에 대한 귀중한 견해와 통찰을 엮었다.

책의 1부에서는 심장, 혈관, 뇌, 폐, 위, 소장, 대장, 간, 비장, 담낭, 췌장 등 인체의 다양한 장기가 어떻게 병들고 어떠한 기전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를 명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데 이를 읽는 독자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올 여지가 충분하다.

평소에 큰 이상 신호가 없었기에 건강을 과신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유성호 교수를 부검대에서 만나는 평범한 시체들의 장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가감이 없고, 매우 사실적이다.

그런데 저자가 만난 시체들이 가진 놀라울 정도의 공통점은 건강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 너무나 소홀했던 고인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땀흘려 운동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만 지켰어도 부검대에서 시체와 부검의로서 만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을 마주하며 안타까움과 황망함을 토로하는 저자의 인간적 고뇌 또한 울림이 있다.

본서는 매 챕터를 시작하며 저자가 만난 실제 부검 케이스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이는 대부분의 죽음이 지극히 평범한 이들에 관한 것임을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죽음이 독자에게 있어 머나먼 이국의 언어가 아님을 환기한다.

즉, 당신도 건강을 맹신하며 건강관리를 소홀히 할 때 언제든 차가운 부검대에 누울 수 있는 죽음의 개연성을 갖는다는 메시지는 섬뜩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법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도 아니며 건강에 대한 병적인 염려를 부추기려는 의도는 더욱 아니다.

일반인들이 간과하며 지나치는 스스로의 몸에 대한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오늘보다 내일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가라는 석학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다.



책의 1부를 통해 인체의 다양한 장기에 대한 여러 사망 사례를 통해 어떻게 내 몸을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맵이 그려졌다면 2부에서는 어떻게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신박한 정보가 빼곡하다.

암, 술, 담배, 온도, 스테로이드, 다이어트 약과 같은 외재적 요인들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2부의 지면을 가득 메운다. 술과 담배는 안 좋은 것이니 피하라는 단순히 상투적인 견해가 아니다.

그것들이 왜 건강에 해로운지에 대한 법의학자의 보다 과학적인 전문 지식이 동원된다. 당신의 몸을 알코올이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흡연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묘사하기에 편의점 담배 판매대에 붙어있는 단편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금연 경고 사진은 비길 수가 없다.

한번 태어나서 한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크게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복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러한 삶의 모습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 가운데 살다가 지는 꽃잎처럼 스러져간다.

건강은 과신하거나 맹신할만한 주제가 못된다. 젊음은 활력 있는 미래를 보장하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시한부적이다. 해를 거듭하며 세월의 훈장이 이마에 쌓이기 시작할 때 여기저기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다.

한번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는 길은 건강을 유지할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어렵다. 그렇기에 식상하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진리다. 본서의 저자 유성호 교수는 이 책의 독자들을 부디 부검대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직하게 반응하는 우리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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