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 의무론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현대지성 클래식 61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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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흔히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고들 말한다. 의무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당위적으로 해야 하는 어떠한 행위이며 삶의 정제된 태도다. 그러나 의무의 의미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된 저작이 있다.

<키케로 의무론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 현대지성 펴냄>에서 로마 공화정 말기를 살다간 위대한 철학자이며 정치가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작위적 강제성을 내포한 의무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 의무론을 설파한다.

본서는 총 3권으로 나뉜다. 1권에서는 도덕적 올바름에 대해 논하며 2권에서는 유익함을 말한다. 마지막 3권은 도덕적 올바름과 유익함의 상충에 관한 키케로의 논지다.

키케로는 의무를 도덕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이는 지혜, 정의, 용기, 적절함의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를 도덕적 올바름 가운데서 행할 수도 있고, 욕심과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그릇됨 속에서 행할 수도 있다.



가령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어 파는 상인이 있다고 하자! 양질의 돼지고기를 가져오는데 50만 원이 소요되고 이것을 요리하여 팔면 100만 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항생제를 잔뜩 맞아 이곳저곳에 누런 고름이 낀 저품질의 돼지고기를 단돈 15만 원에 가져와서 100만 원의 이윤을 남길 수도 있다.

어차피 바비큐로 요리하면 손님들은 고기의 출처를 알 수 없다. 맛이나 빛깔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상인에게는 도덕적 올바름 속에서 양질의 고기를 갖다 팔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사적 유익을 취하기 위해서 항생제에 쩔은 저품질 고기를 가져다 팔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

공적인 정의와 사적인 유익은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있다. <키케로 의무론>에서는 이 두 가지의 가치가 불꽃을 튀며 상충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의아하게도 그것이 완전한 반목 가운데 있지 않다.

본서의 3부에서는 바로 이와 같은 가치 체계의 부딪힘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손님을 속이고 판매를 하면 분명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정직하게 장사를 한다면 남들과 동일하거나 어쩌면 남들보다 적은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인의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의무는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에게 유익한 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키케로는 본서를 통해 얼핏 보면 정면으로 상충되는 도덕적 올바름과 사적인 유익함의 부침이 결코 상반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위대한 철학자의 관점은 도덕적 올바름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양심을 따르고 정의를 지키기로 결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이며 그것이 곧 그 사람에게는 유익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의무를 이해하는 가의 여부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바르게 해석하고 삶의 영역 속에서 정당하게 풀어내야 한다.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다.



공화정 체제의 로마는 귀족과 평민의 끊임없는 견제와 갈등이 상존했던 시대다. 주변 도시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정복 전쟁을 통해 로마는 수많은 속주를 만들어 내었고, 그 속에서 엄청난 양의 재물을 축적했으며 많은 전쟁 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대부분 귀족들에게 돌아갔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한 귀족들과는 달리 평민들은 상대적 빈곤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 체제 자체가 가진 모순이 당시 로마 공화정의 민낯이다. 키케로는 이러한 로마 사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 정의롭지 못한 부덕함에 대해 의무론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리더들은 어떻게든 더 가지려고 미친 듯이 몸부림친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민초들의 고혈을 짠다.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바른 의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키케로 의무론>이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가 바로 로마 공화정의 때와 소름 끼치도록 동일하기에 그렇다.

바른 의무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는 분명 그것을 받아 실천하는 이의 삶에 있어서는 유익함이 맞다. 양질의 고기를 사다가 파는 행위는 도덕적 올바름에 기초한 선택이며 그것은 그에게 더 큰 금전적 유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바른 인간으로서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유익한 삶의 태도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추구하라! 그것이 곧 유익한 삶이다! 시대의 지성이 남긴 여운이 제법 깊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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