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현대지성 클래식 59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츠제럴드'의 명성을 높인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사회의 시대적 자화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본서만큼 20세기 초 미국의 시대상을 정확히 직시한 작품도 드물다. 그렇기에 본서가 갖는 문학적 의미 또한 크다.


주인공 '제이 개츠비'는 가난한 청년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장교로 복무하는 중 아름다운 상류층 여성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가난한 청년 개츠비는 그녀를 붙잡을 재력이 없다. 개츠비를 떠난 데이지는 돈 많은 남성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이후 개츠비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다. 이제 자신이 쌓은 부를 통해 옛사랑을 되찾으려는 그의 치밀하고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는데...


작가는 1인칭 작중 화자 '닉 캐러웨이'의 시선을 통해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성격을 밀도 있게 조명한다. 더불어 사건의 진행과 전환 과정 중 닉 스스로가 스토리 속에 직접 관여하여 전후좌우의 정황을 질서 있게 바로잡는다. 


주인공 개츠비는 환상과 이상을 담지한 인물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겠다는 그의 신념은 비현실적이리만치 환상적이며 동시에 이상적이다. 흐릿한 안개와 같은 자신의 삶 속에 또렷한 한줄기 빛이 되어 준 것은 오직 그의 첫사랑 데이지다. 


반면 상류층 여성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은 전형적 속물의 아이콘이다. 데이지에게 있어 사랑보다는 자신의 안락함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돈만이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다. 정부와 바람을 피우는 정력적인 남자 톰은 탐욕과 정욕으로 똘똘 뭉친 전형적인 시대의 사생아다.


작가는 전후 미국의 쇠락한 사회상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예리하게 묘사했다. 돈과 쾌락을 숭앙하는 정신의 쇠퇴는 아메리칸드림의 변질로 나타났다.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과정은 악해도 된다는 가치관의 오염이 작중 인물들의 삶에 진하게 배어있다.


책의 제목과 같이 개츠비는 과연 위대할까? 책을 덮으며 나름의 독자 포인트를 발견한다. 첫째는 1차 세계 대전 후 시대상이 보여주는 시대적 적실성이다.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인간 이성의 무한 신뢰가 1차 대전이라는 참혹한 역사적 사건 앞에 여실히 무너졌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모든 악을 목도한 직후 세상은 추구해야 할 이상의 푯대를 상실했다. 


표류하는 인간 정신과 참된 인간성의 부재는 쾌락과 탐닉으로 표출된다. 피츠제럴드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흔들리는 인간 이성의 불완전함을 고발한다.


둘째는 '위대한'이 가진 반어적이며 역설적 의미 속 진의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 개츠비가 부를 축적하는데 동원한 방법은 금주법이 시행되던 당시 미국 사회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밀주 사업과 도박이다. 자신의 환상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벌인 행각은 위대함과는 거리가 먼 범죄 행위다. 


과정이 어떻든지 간에 결과만 아름다우면 위대하고 좋은 것인가? Yes!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시대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대이기에 속이 쓰리다.


셋째는 과거에 대한 집착에 기인한 인간 주체성의 상실이다. 이미 결혼한 첫사랑을 되찾겠다는 개츠비의 환상은 일종의 망상이며 집착이다.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전락한다. 그것이 돈이든 명성이든 권력이든 사랑이든지 간에...


삶의 주체성은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할 때 비로소 주어진다. 삶의 결정권이 나에게 있고, 선택과 결단의 주체가 나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개츠비의 삶을 통해 본다. 이 부분 또한 주체성을 상실한 채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부재한 영역이다.


개츠비는 잃어버린 자아와 표류하는 인간 정신으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의 표상이다. 과거의 영화를 회상하며 환상 속에 갇힌 채 자신의 자아를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는 아픈 인류를 향한 지적일 수 있다. 또한 변질된 아메리칸드림의 병적 단면을 다양한 캐릭터의 삶을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피츠제럴드는 세속에 물든 속물적 존재인 데이지와 톰, 그 밖의 존재들에 비해 순수한(?) 의도를 갖고 첫사랑을 찾아 돌아온 개츠비의 삶이 상대적으로 순박하기에 개츠비의 이름 앞에 '위대한'의 형용사를 붙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등장 캐릭터들의 삶을 볼 때 도긴개긴이다.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한 권의 책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간 내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