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8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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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정국, 굵직하고 민감한 주제로 인해 여야가 대치한 상태에서 서로의 가슴에 예리한 칼날을 겨눈다. 상대방을 죽여야지만 내가 살 수 있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는 흡사 진흙탕 참호전을 방불케한다.


언제나 정치는 죽고 죽임의 역사였기에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살육의 대상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전투구 정치의 여파가 흙을 먹고 살아가는 가여운 민초들에게 미치기에 분노한다.


암담한 현실 정치무대의 풍경 속 정치의 본질을 꿰뚫는 보석 같은 고전 한 권을 만났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며 인류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집필한 정치에 관한 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서를 통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의 의미와 개념, 원리를 훑어내는 기염을 토한다.



본서는 총 8권으로 나뉘어 있다. 각 권은 정치체제에 관한 개관, 다양한 정치체제의 종류, 정치체제의 변혁, 가장 좋은 정치체제란 무엇인가와 같은 보편적 주제를 상술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 다른 저작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윤리를 논함에 있어 선과 악의 관념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당위의 관점이 아닌 좋은 것과 즐거운 것은 본성에 부합하기에 행복한 것이며 윤리적이다. 여기에 기반할 때 참된 윤리의 기초는 사회 구성원의 안정과 평안, 즐거움이며 이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좋음의 가치다.


이 좋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무대와 공간이 바로 국가다. 최고의 공동체는 국가이며 국가는 바른 정치체제 아래에서 올바로 훈련된 자들에 의해 다스려질 때 참된 윤리를 구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국가를 구성하는 주체인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 3권에서 시민의 정의를 다룬다. 국가는 필연적으로 시민의 집합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두가 시민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에서 말하는 시민은 거류민이나 노예를 제외한 재판과 공직에 참여하는 사람들만을 가리킨다. 또한 기술자와 일용노동자도 시민에 포함되지 않으며 미성년자 또한 시민이 아니다.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진 시민 범주의 한계를 어렴풋이 느끼는 대목이다.



이어서 국가의 최고 권력이 누구에게 속했느냐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과 공동체의 궁극적 목표는 훌륭한 삶임을 천명한다. 공동체는 다스림 받는 사람들의 이익을 추구하며 그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정치체제를 정의의 관점으로 비출 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 공동체는 정의롭다. 반면 다스리는 자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정치체제는 정의롭지 못하며 변질된 것이다. 바른 정치체제는 다스림 받는 절대 다수가 행복함을 지향할 때 원래의 존재 목적을 이룬다.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비난과 암투 속 그 어디에도 다스림 받는 이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한 몸부림은 없다.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며 그 안에서 떨어지는 탐욕의 부스러기를 받아 먹기 위해 미친 듯이 달음박질하는 자들이 현실 정치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에 대다수 국민은 불행하다.


더불어 눈여겨 볼 점은 다수의 대중이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개념을 오롯이 담지 했다.


사회가 이루어지고 국가 공동체와 함께 탄생한 권력은 필요악이다. 시민들은 안전과 권리를 보호받기에 국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국가가 어떠한 정치체제의 모습을 지향하며 누구에 의해 어떤 가치관으로 통치되느냐의 중대한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은 통치와 피통치의 역학 관계를 지금껏 출현한 다양한 정치체제의 모습 속에서 살핀 탁월한 고전이다. 그의 스승 플라톤이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식 정의를 다루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의 본질을 국가 공동체를 이루는 시민들과의 관계에서 다루는 세심함을 놓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가 공동체의 정치는 언제나 공공선의 실현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눈 먼이들이 권좌에 앉기에 작금의 현실 정치는 부조리하고, 그렇기에 슬프다.


<플라톤 국가>를 통해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정의를 일별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통해 정의로운 정치체제를 조망해 보는 것도 좋다. 고전이지만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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