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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전근대편 -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읽히는 ㅣ 최태성의 만화 한국사 1
최태성 지음, 김연큐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사를 만화로 그려 내어 명실상부 국민 역사 만화책으로 평가받는다. 복잡한 세계사를 만화로 읽으며 재미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사를 만화로 엮은 책이 나왔다. 국민 역사 강사 최태성 선생님이 김연큐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한 <최태성의 만화한국사 1 : 전근대편 / 최태성 지음, 김연큐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다.
최태성 선생님의 명강의가 만화와 만났다는 사실이 흥미를 끈다. 전근대편과 근현대편 2권이 한 세트로 출간되었고, 우선 전근대편을 펼쳤다.
5000년 한민족의 역사를 단 두 권의 만화책으로 압축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김연큐 작가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러스트레이션이 가독성을 높인다.

전근대편은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 후기 즉, 개항기 전까지의 한반도 역사를 다룬다. 단순하게 역사 교재를 펴놓고 학습하는 것만큼 역사 공부를 지루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 따라서 수많은 지명과 사건, 인물, 제도 등을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의 대명사인 역사 과목을 만화로 공부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다.
물론 지금껏 <먼나라 이웃나라>를 시작으로 만화로 역사를 그려낸 책들이 없지 않지만 <최태성의 만화한국사>는 강사의 지명도와 더불어 내용과 구성에 있어 기존에 출간되었던 작품들과는 여실히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첫째는 매 챕터가 시작될 때 그 단원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를 키워드로 제시해놓았기에 본서를 갖고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예를 들어 '치밀하게 짜여진 조선의 시스템'이라는 챕터를 들어가기 전 #조선의 통치 체제 정비 #의정부와 6조 #삼사 #8도체제 #과거제 등과 같이 키워드를 제시하기에 이번 장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이정표다.
둘째는 만화책의 본분을 다한다. 역사 만화도 만화책이다. 그렇기에 재미있어야 한다. 조악한 그림에 설명만 잔뜩 적혀있는 만화책은 읽기도 전에 질린다. 본서는 일단 일러스트레이션이 깔끔하여 눈에 쉽게 들어오는 가시적 부분에서 우수하다. 더불어 적당한 배경 설명과 인물의 대사가 균형 잡혀 있다.
최태성 선생님의 탁월한 강의 내용을 만화 속에 빠짐없이 담아내려고 노력한 김연큐 작가님의 애씀이 엿보인다. 또한 만화 속 캐릭터의 센스 있는 대사와 유머가 보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하다.
예를 들어 1170년 무신정변은 고려 시대를 전기와 후기로 나눈다. 1170년이라는 연도는 중요하기에 암기해야 하는데 무신들이 문신들을 죽이는 장면을 그리면서 일(1) 났네 일(1) 났어, 일(1)을 치(7)고(0)야 마는구나!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통해 공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최태성의 만화한국사>는 강의를 복기해 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책을 통해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은 조선 중후기의 붕당에 관한 내용이다. 항상 혼란스러웠던 내용이 붕당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서인 남인, 동인, 북인, 노론, 소론과 같은 붕당의 이름과 그들이 추구했던 정치 노선, 각 붕당 간 정쟁 이슈, 대표적 인물이었다.
만화를 통해 각 붕당을 원형 그래프로 설정하고 고유의 색깔과 모양으로 붕당을 표현하면서 각각의 특징과 정치색, 노선을 이해하기 쉽게 그려냈다. 시각적 표현물의 힘이 제법 강하다. 말로 그렇게 들을 때는 잘 외워지지 않던 내용이 만화로 표현되었을 때 쉽사리 와 닿는다.

출생과 동시에 시청각 매체를 끼고 자라나는 지금의 세대에게 역사를 만화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며 효과적임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머리 싸매고 외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일견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옳다고도 볼 수 없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 하지만 지름길은 있다. 개념서를 한번 보고, 만화를 통해 복기해 보는 것도 좋다. 기억의 풍화작용에 의해 잊었던 내용들이 만화의 캐릭터가 내뿜는 대사를 통해 생생히 부활하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최태성의 만화한국사>는 분명 단순한 역사 만화책이 아니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적용 가능한 엄연한 수험 교재가 될 수 있다. 역사 과목의 수많은 내용에 질식할 것만 같은가? 그런 이들에게 본서는 신선한 산소탱크처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