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 과학, 신앙, 의심의 길을 걷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병룡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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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독교 신앙은 양립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양자간 첨예한 대립을 이루었던 화두다. 


최근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만났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은 제임스 패커, 존 스토트를 잇는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신학자로 불리는 영국 성공회의 신부이며 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자서전적 회심기다.


옥스퍼드 출신의 과학자이자 신학자라는 특이한 이력이 깊은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과연 과학과 신학을 모두 섭렵한 석학이 걸어 온 진리의 여정 속 참된 지표는 무엇일까?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밤 하늘에 수놓아진 경이로운 천체에 압도되었고, 자연의 위대함과 그것을 해석해내는 과학이라는 렌즈에 남다른 흥미를 드러냈다.


그에게 과학은 오직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이었으나 반면 기독교 신앙은 건강한 이성을 지닌 인간에게 있어 한없이 모호하며 불분명한 그 무엇이었다. 창조론부터 말이 되지 않는 신화와 같은 성경 이야기는 근본을 찾을 수 없는 지푸라기와 같이 보잘 것 없다.


비윤리적이며 지극히 단세포적 신앙의 요소들은 과학의 명료성에 비추어볼 때 한없이 무지하며 동시에 야만스러움의 전형이다.


이후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만나며 세상과 사회를 이해하는 포괄적 성격의 사상이 가진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신앙에 대한 자신의 적대감에 마르크스주의만큼 확실한 지적 응원군은 없었다. 철저히 무신론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이다.


화학과 생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옥스퍼드에 진학하여 분자생물학을 전공한다. 과학은 우주와 세계에 대한 거시적 의문을 어느 정도 선에서 채워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이성적 툴로서의 기능에는 완벽했으나 우주의 실재와 인간 실존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점차 체감되기 시작한다.


과학은 지성과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와 우주라는 실재가 맞부딪히는 접점에서 온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뜻밖의 무기력함을 내비쳤다. 


이즈음 옥스퍼드의 수많은 석학들을 만나며 그들이 자신의 신앙과 과학을 조화롭게 이해하며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세계 최고의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미신적 신앙을 용인할 수 있을까?


이때 과학과 신앙의 경계에서 혼돈을 경험하던 저자에게 섬광처럼 등장한 구원 투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 'C. S. 루이스'였다. 


루이스의 저작을 탐닉하며 그가 가진 무신론의 어두운 비늘이 벗겨지는 순간은 마치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톨레 레게(집어들고 읽으라!)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 이끌려 로마서를 집어 읽고 회심 했던 장면 그리고 다메섹 도상에서 빛 가운데 그리스도를 만나 회심한 당대 최고의 지성 청년 사울의 그것과 같다.


알리스터의 어두운 지성의 장막을 가르고 들어온 눈부신 진리의 빛이 그의 온 영혼을 휘감은 순간이다.


본서의 이로운 점은 알리스터 맥그래스라는 엄청난 석학이 걸어온 과학과 신앙의 외줄타기 경험이 진실 되게 녹아있음이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도 무식한 기독교 신앙에 경도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독교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지만 신앙 서적이라고 분류하고 싶지 않다. 그만큼 불신자와 불가지론자에게 훨씬 더 친숙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 이제 기독교 신앙으로 회심한 저자가 과학은 신앙보다 열등하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쳤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서두를 과학과 신앙이 양립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저자는 과학과 신앙이 서로 싸우고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은 어느 대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반면 신앙은 그 대상이 가진 존재적 의미를 밝혀주는 또 다른 역할을 가진다.


과학과 신앙은 이 시대가 가진 다양한 질문에 대해 서로를 보완한다. 과학의 오만을 찾을 수 없고, 신앙의 독단을 배제한다. 강요가 아니기에 저자의 어조는 사뭇 부드럽고 인격적이다. 대답할 수 없는 미지의 질문에 대해 여지를 남겨놓는 지적 여유로움이 독자층의 다양함을 수용한다.


탁월한 학자가 얼핏 모순적 삶의 전형인 과학과 신앙의 두 가지 길을 모두 걸으며 경험하고 느낀 바를 따뜻한 필치로 기록한 저작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책장을 덮을 때 쯤 과학과 신앙의 공존 가능성 여부는 독자 스스로가 내릴 수 있다. 탁월한 학자의 회심기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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