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세기 후반 고려의 '서희'는 거란의 소손녕과 담판하여 강동 6주 땅을 손에 넣었다. 칼이 아닌 단지 말 한마디로 거란의 침공을 막고 도리어 거란으로부터 강동의 6개 지역을 획득했다. 논리적이며 정곡을 찌르는 언변 하나로 무혈 승리를 얻은 역사적 사건이다.

이렇듯 효과적인 말하기 기술은 역사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인간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주제였다.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탁월한 말쟁이들은 어디를 가나 인기 만점이다. 모임의 규모와 상관없이 청중에게 핵심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데 있어 성공적인 대화기술을 가진 것은 참으로 부러운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뛰어난 화자가 되고자 원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 기술, 효과적인 대화법을 전수하는 자기계발의 고전이 있다. <인간관계론>, <자기관리론>으로도 유명한 미국 자기계발 분야의 선구자 '데일 카네기'의 <성공대화론>이 그것이다.

저자는 총 16장의 성공적인 대화의 형태와 실질적인 기술, 방법을 세밀하게 파헤친다. 책의 제목이 성공대화론이기에 사실 일대일 또는 소규모 모임의 사적 대화를 위한 방법론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 주제는 대중 연설에서의 효과적인 말하기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말하기 기술을 사용하여 청중에게 바른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

연설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의 주제별 발표, 회사에서의 업무 프레젠테이션, 교회에서의 설교, 소규모 세미나에서의 주제 강의 등 일상 가운데 한 번쯤 타인 앞에서 자신의 의견과 지식을 전달해야 할 때가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전문 연사가 아닌 이상 대중 연설이나 공적 발표의 현장에 서는 경험이 낯설며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다. 학교나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이면 긴장 가운데 밤잠을 설친다.

책에서 두려움은 무지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화자가 자신이 말하려는 메시지에 대한 완벽한 숙지가 없을 때 공적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싹튼다. 진정성 있는 철저한 준비는 청중이 느끼며 철저한 준비만이 공적 연설의 성공을 보장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없기에 공적 말하기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며 자신감을 잃는다. 쉽게 동의하는 내용이다. 무지하면 할 말이 없다.

대다수의 화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 스스로를 검열하는 자의식 과잉에 시달린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가 청중 앞에 선 화자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과도하게 의심케한다. "내가 여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내가 말하는 내용이 정확할까? 청중 가운데 나보다 더 전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면 이와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는데 전제는 위에서 말한 대로 주제에 대한 명확한 인지와 이해의 선행이다.



더불어 저자는 화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덕목 가운데 열정을 강조한다. 청중의 태도는 화자의 열정, 진정성에 반응한다. 화자가 열정과 열의를 갖고 진정성 있게 준비한 연설을 청중이 대충 무성의하게 들을 수 없다. 열정이 전염된다는 의미로서 화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지적이다.

저자는 실제적인 말하기 기술 또한 전한다. 말의 강세와 속도에 대한 적절한 조절, 메시지의 간결성, 빠른 핵심 주제로의 진입, 화자의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 의도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제스처 사용 등의 내용은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상식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다.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는 '한 발로 서 있을 동안까지만 말하기가 허용된 어느 아프리카 부족의 공적 연설의 예화다. 핵심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설이 효과적이다. 길어지는 서론과 청중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늘어지는 지루한 연설은 최악 중 최악의 말하기다.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보는 모습이다.

카네기는 좋은 연설은 형식과 기교를 갖춘 것이 아님을 말한다. 바로 옆의 친구나 가족에게 사담을 나누듯 재미있게 이야기하라! 너무 정교하게 짜인 연설은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이 풍기기에 오히려 좋지 않다.

기지를 발휘한 말 한마디로 강동 6주 땅을 얻은 서희의 예와 같이 좋은 대화 기술, 연설의 방법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무기다. 대중 울렁증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특효약이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