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4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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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깊은 곳의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가 있습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서 파는 과자들은 손님들의 간절한 바람을 채워주는 아이템들이죠.

같은 반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소년 '류스케'에게는 <인기 통통 떡>이 제격입니다. 인기 통통 떡을 먹자마자 학교에서 인기남으로 등극합니다. 때마다 지인들의 선물을 고민하는 중년 여성 '도시코'는 전천당에서 파는 <선물 부채>를 통해 까다로운 시아버지의 선물 취향까지 알아 맞춤으로써 센스 있는 며느리가 됩니다.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싶어 하는 젊은 엄마 '미사코'에게는 <뽐뽐 쿠키>가 제격이죠. 쿠키를 먹자마자 자신의 품격을 한눈에 알아보고 주변의 엄마들이 달려들어 칭찬과 부러움을 쏟아냅니다. 타인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주체적 여성 '치하루'마저도 자신에게 부러움을 느끼도록 만든 뽐뽐 쿠키야말로 미사코에게는 강력 핵인싸 아이템인 것이죠.

 

일본 어린이 판타지 소설계의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부르고 싶은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대표작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14번째 내용을 간추려봤어요. 우리 집 1호가 구입한 <십 년 가게>를 통해서 히로시마 레이코를 처음 만났습니다.

아동 도서의 조잡함을 생각하며 펼친 <십 년 가게>를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만든 작가의 집필력에 감탄했었지요!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성인인 부모의 감성까지 휘어잡는 작가의 구성력에 박수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왜 이리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 만했지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를 1권부터 정주행하지 못했기에 14권을 먼저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전체적인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해도 단권으로서 어렵지 않게 스토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각 권에 실린 이야기들 자체가 흥미롭기에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을 안 해도 되지요.

 

 

14권에서 5개의 과자와 1개의 장난감이 소개됩니다. 전천당의 여주인 '베니코'는 소원을 들어주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지니'와 같아요. 전천당에 방문한 손님들은 구입한 과자와 장난감을 통해 소원 성취를 이룹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세상에는 규칙이 존재하는 법!

전천당에서 파는 모든 아이템에는 개별의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그 규칙을 어길 시에는 일의 결과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책에 등장하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규칙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는 결과를 맞이하고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어린이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아동도서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책이 뿜어내는 묵직한 무게감이 두뇌의 언저리를 지긋이 누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은 욕망,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자신을 부러워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질시, 다른 이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고 싶은 어느 주부의 고민 등을 통해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지요.

전천당 과자들이 가진 규칙들은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한 욕구들의 야생성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인간을 향한 뼈아픈 경고,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함이 불러온 정신적 고통, 허세를 만족시키려는 행위의 따끔한 통증, 타인의 반응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효율적 삶, 인간의 진심은 통한다는 절대불변의 법칙, 이웃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주체적 인생의 중요성까지...

아이들의 책이지만 레이코 작가는 작품의 마디마다 선 굵은 인생의 메시지를 흥미롭고 신비하게 녹여냈습니다. "아! 재미있다!"를 연호하며 한 번 읽고 서가에 시리즈 인테리어로 꽂아둔다면 부모 된 독자의 직무유기입니다.

"네게 인기 통통 떡이 생긴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 같아? 뽐뽐 쿠키를 먹으면 사람들이 모두 너를 부러워한다는 데 기분이 어떨 것 같니?"와 같이 아이와 함께 읽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돼요. 한 권의 아동 판타지 소설이 우리 자녀들이 가진 사유의 용량을 넓힙니다.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의 문학적 탁월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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