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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러시아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20세기 철의 장막 소련 사회 속 상대적 약자들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저작이다. 솔제니친 그가 직접 죄수의 신분으로 유형을 살았던 이력이 있기에 노동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본 작품에는 작가의 비릿한 숨결이 녹아있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소련의 강제 노동 수용소 죄수다. 형량 25년이 기본인 이곳의 죄수들에게 미래는 없다. 형기를 마친다 한들 순순히 석방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에 수용소 내부의 암울함이 저작의 페이지마다 깊이 서려있다.
슈호프와 그를 둘러싼 104반 식구들은 모두가 꺼리는 '사회주의 생활단지' 건설 현장에 투입된다. 살을 에는듯한 매서운 추위 속에서 종일 일해야 하는 중노동의 하루가 담담한 필치로 묘사된다. 어떻게든 노동을 피해보려고 갖은 술수와 잔꾀를 부려보는 인간부터 묵묵히 자신의 업을 짊어지는 인간, 수용소의 권력에 기생하여 동료 죄수의 고혈을 짜먹는 막사장이나 취사 당번들, 죄수들을 짐승으로 취급하는 냉혈한 간수들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군상이 한데 어우러진다.
이반 데니소비치와 동료들의 하루가 영화의 원테이크와 같이 매우 직선적이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그들의 수용소에서의 일과가 매우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시간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수용소 104반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문학적 환각을 경험케 된다. 위대한 작품만이 가진 저력이다.
빵 한 조각을 낡은 침대 매트리스를 뜯어 그 안에 숨기는 모습, 식당의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 허연 양배춧국을 세상 어떠한 진수성찬보다 맛있게 먹는 죄수들의 허기짐과 게걸스러움, 귀리죽 한 그릇을 먹는 순간의 경건함과 그나마 좀 더 많아 보이는 죽 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눈치 게임을 벌이는 주인공의 두뇌 플레이.
우리가 경험하기 힘든 시궁창 같은 인간사의 저점을 찍는 경험이 이들의 일상이다. 만기 출소라는 희망 자체가 소멸된 삶의 코너에서 생을 이어가는 주인공 슈호프와 그의 동료들은 시간의 톱니바퀴 속 부속과 같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에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운다든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한다든가 하는 버릇이 아주 없어지고 말았다. p53
생을 이어가기 위한 희망과 기대감이 없어진 사람들의 전형적 반응이다. 내일, 내년이라는 단어가 갖는 이질감이 이반 데니소비치에게는 낯설다. 미래가 없는 이들에게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고문이다. 소설 전체에 짙게 깔려있는 질식할 것만 같은 암울함과 잿빛 중압감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을 죄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