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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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취미 중 하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축구 시청이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특별히 토트넘 핫스퍼라는 세계적인 프로 축구 클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 손흥민 선수의 경기는 밤잠을 설쳐가면서도 반드시 시청한다.

얼마 전 매우 흥미로운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월드클래스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자서전 겸 에세이다. 손흥민 선수 팬으로서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임을 직감했다. 책을 통해 반세기에 한 명 나올법한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을 키워낸 뒤에는 전직 프로 축구 선수이자 스승인 아버지 손웅정의 어마 무시한 역할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손웅정 씨는 젊은 시절 지금의 K리그 프로 축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B군으로 차출될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이라는 치명적이고 불운한 운명으로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런 그가 성찰, 집념, 기본, 철학, 기회, 감사와 겸손, 행복의 7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가난한 어린 시절과 짧았던 선수 시절 이야기, 두 아들 흥윤이와 흥민이를 축구 선수로 키워 낸 이야기들을 담담한 필치로 기록한다.

 

책은 저자가 자녀 교육 신념과 철학, 굳건한 인생관, 기본을 강조하는 훈련 원칙과 겸손과 감사를 잊지 않는 인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가치는 몇 가지의 단어로 요약된다. 기본, 단순함, 행복, 겸손, 자기 삶의 주도권, 질서, 감사 등이다. 축구보다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 저자의 가르침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축구 선수 손흥민을 탄생시켰다.

본인이 자신은 무학자라고 밝히며 자신의 맹탕 같은 글에서 작은 건더기라도 건져갔으면 한다는 겸손의 마음을 서문으로 장식했다. 하지만 독자는 책을 읽으며 그가 결코 무식한 운동선수가 아님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멋진 문장은 아니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담박한(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 글귀 하나하나가 전부 명문이다. 그가 책에서 말한 '인파출명 저파비'(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라는 중국 속담 속에 그의 지극한 겸손의 마음과 겸양의 태도를 발견한다.

뚝배기와 같은 사람이다. 오랜 시간 끓여야 나오는 진국과 같은 삶의 지혜와 진리가 그의 내면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무학을 어마무시한 양의 독서로 상쇄시켰다.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엄격하게 채찍질했고 그 안에서 질서 잡힌 삶과 단순 심플한 삶이 가지는 간결함의 힘을 신뢰했다. 오직 축구와 독서에 미친 사람!

지독한 연습 벌레이며 다독 다상량의 독서가다. 스스로가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인생의 지혜를 발견했다.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체득한 지혜는 고스란히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몸과 마음에 이식되었다.

 

 

지금도 나는 '초심, 초심'을 강조한다. 자만하지 말라. 축구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교만이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넘게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는다. p158

 

축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은 비단 축구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 선수라는 단어에 각자의 위치를 대입시켜서 읽으면 저자가 말하는 의미가 무섭게 증폭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인생의 모든 길을 돌다리 두드리듯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건넌다.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호랑이는 죽을힘을 다한다고 한다. 매사에 장난은 없다. 오늘 이 일을 하다가 죽겠다는 심정으로 행했고 아들들에게 가르쳤다.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손흥민 선수가 여러 가지 상을 받아오면 "축하한다. 고생했다!"라고 진심으로 격려한 후 "상장과 상패는 분리수거하고 들어오거라!"라고 말했다. 상을 받는 일은 기쁜 일이지만 그 기쁨은 잠시면 사라지는 것이다.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 순간의 우쭐함과 기쁨에 도취되지 말라는 매서운 경고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전율했다. 정말 무섭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밖에는...

손흥민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집이 절간과 같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극강의 미니멀 라이프다. 잡다한 사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도록 모든 일상을 단순, 심플로 정리했다.

 

네가 골을 넣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p161

 

저자는 손축구아카데미에서 어린 선수들을 훈련한다. 볼 컨트롤하는 훈련을 포함해서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10년이다. 기본기에 기술 훈련까지 도합 15년! 고개가 숙여진다. 독하다. 그리고 이런 굳건한 인생관과 교육 철학, 신념으로 무장한 지도자가 지금 영국과 유럽 축구판을 씹어먹고 있는 손흥민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근래 들어 읽은 책 중 밑줄로 도배를 하게 만든 책. 책 한 권 전체가 저자의 명문 어록이다. 너무나 올곧고 정도를 걷는 바른 사람, 손웅정! 저자가 바라보는 삶의 가치관, 인생관이 존경스럽다. 축구를 바탕으로 한 인생철학이 담긴 매우 훌륭한 저작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잘 추천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본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정말 정말 강력 추천이다! 보화로 가득하다. 밥 한 끼 안 사 먹고 이 책을 사본다면야 이보다 수지맞는 장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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