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은 밤이 없는 불야성의 나라다. 대한민국 불야성의 대표적 아이콘은 90년대 초중반부터 생겨난 24시간 편의점이다. 없는 게 없는 작은 백화점과 같은 편의점은 이제 우리네 일상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편의적 실재다. 동네 구멍가게의 자본적 현현이라고 볼 수 있는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이름 그대로 편리함이다. 진열대에 가지런히 줄 맞춰 세워진 상품들의 눈높이가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소비자의 몸을 감싸는 그 돈을 배설하고 싶은 카타르시스적 소비 욕구가 샘솟는다.

그런데 편리함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편의점의 명칭 앞에 '불편한'이라는 역설의 형용사가 붙은 책 한 권을 본다.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호연 작가의 신작 <불편한 편의점>.

염여사는 교단에서 역사 교사로서 평생토록 교편을 잡다 은퇴한 후 청파동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소설은 염여사가 자신의 지갑을 찾아준 서울역 노숙자 '독고'씨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극심한 알콜중독으로 인한 치매로 자신을 잊어버린 독고씨는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곰처럼 커다란 덩치를 하고 말까지 더듬는 이 낯선 사내가 염여사의 편의점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는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편의점이 불편한 편의점이 되어가지만 손님들에게 있어서 그 불편함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전직 노숙자였던 독고씨가 야간 알바로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소설의 씨줄이다. 알바들에게 반말을 내뱉고 돈을 집어던지는 JS(진상) 손님 응대법부터 삼각김밥을 훔치는 가출 청소년을 다루는 독고씨만의 노하우가 제법 흥미롭다. 더불어 염여사라는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를 만난 독고씨가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은 소설의 날줄이다. 점입가경! 편리함이 생명인 편의점을 불편하게 만드는 독고씨만의 업무 노하우(?)와 그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두 개의 스토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독자의 흥미를 결말까지 견인하는 힘이 대단하다.

 

 

어느새 편의와 편리함은 우리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냉동식품과 각종 도시락, 즉석식품이 매대를 가득 채운다.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치인다. 허기진 배를 채워줄 수 있는 편의점은 생업 전선에서 만나는 보급 상자와 같다.

그러나 편의와 편리를 추구하다 보니 우리의 삶은 이전의 아날로그적 시간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여유와 삶의 진한 여운을 놓친다. 편리성은 효율성으로 치환되고 인간의 의식 속에 빠르고 편한 것만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의 오류를 심는다. 느리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지 못하는 감각적 90년대생들이 90년대에 탄생한 편의점의 출현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도 어쩌면 우연이 아니다.

편의와 편리의 극적인 추구가 메말라 가는 인간성과 이루는 역학이 새롭지만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편의점에 불편함이라는 역설적 요소를 대척시켰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성과를 내는 경쟁 편의점들과는 달리 자신의 편의점을 주요 생계수단으로 삼는 알바들을 위해 적자를 각오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여사를 바라보는 문제아 아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노숙자를 데려와 도시락을 먹이고 배고프면 언제든 무료로 도시락을 먹고 가라는 선행과 급기야는 그 노숙자를 야간 알바로 들어 앉힌 염여사의 결정이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염여사의 선행과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라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복귀한 독고씨가 펼치는 인간미 넘치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편리해야 할 편의점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 불편함은 편리함이라는 싸한 공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시대가 바라는 무형의 가치다. 조금 불편해도 타자의 행복을 위해 참아줄 수 있는 세상.

휴지통 찾는 것이 불편해서 먹은 것 하나 분리수거하지 못하고 공원이며 길거리에 자신의 인성을 쓰레기와 함께 싸질러 놓고 간다. 불편함을 몸서리치도록 싫어하며 기를 쓰고 밀어내는 시대. 극도의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황금비율로 믹스 된 세대 속에 던져진 불편함의 반전 미학이 마음속 잔잔한 파고를 불러일으키는 책 <불편한 편의점>.

적절한 개그 코드와 작은 감동이 혼재되어 있고,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이라는 친숙한 소재가 독자의 접근성을 낮췄다. 더불어 소설의 후반부에는 노숙자 출신 야간 알바 독고씨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적 요소까지 갖췄기에 흥미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불편함의 가치를 인간성 회복이라는 방정식에 대입시켜 보기 원하는 독자라면 일독해볼 만하다. 그리고 재미는 1 + 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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