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게으름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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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쇄 40만 부 판매. 기독교 도서 한 권이 이룬 쾌거다. 속편은 전편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세간의 암묵적 편견을 불식시키는 책 한 권이 이 40만 부 판매 도서의 속편이다. 안양 열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남준 목사의 <다시, 게으름>

18년 전 <게으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문체부터가 범상치 않다. 간결해서 군더더기 없고 호흡이 짧다. 저자가 1년 동안 현대 소설과 SNS 언어를 공부했단다. 현대 독자들이 선호하는 독서 취향과 문체의 트렌드를 반영했기에 종교 유무를 떠나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러나 책은 분명 기독교 신앙 도서다.

참으로 바쁜 세상을 살아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방향을 잃은 삶을 게으른 삶으로 정의한다. 바른 목표와 목적을 갖고 살지 못할 때 그는 게으른 자다! 영원한 절대자에 대한 사랑을 잃었기에 잠시 후면 사라질 헛된 욕망을 향해 부지런히 달음박질한다. 큰 평수의 브랜드 아파트, 고급 외제차, 높은 학벌, 좋은 직장이 전부이기에 옆을 돌아볼 겨를 없이 미친 듯이 내달린다.

 

"사람으로 태어나 그냥 있다가 죽었다!"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도 게으른 사람일 수 있단다. 쓸모없는 일에 바쁘고 마땅히 할 일에 게으르기에."

진짜 부지런한 사람은 진리를 알고 그 진리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재정렬한다. 진리를 통해 삶에 진정한 목적과 방향의 좌표를 재설정한다. 진리를 알게 될 때 많이 가치 있는 것은 많이 사랑하게 되고, 조금 가치 있는 것은 조금 사랑한단다. 하위의 사랑이 상위의 사랑에 매달리는 형국. 사람은 그 진리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때에야만 기독교 신앙에 귀의한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라틴어가 유행이다. "오늘을 즐겨라!?" 천만의 말씀이다! 오늘 먹고 죽자는 게으름의 구호가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철학적 자각이며 신학적 반성이다. 유한한 삶 속에서 삶의 참된 의미를 잊지 말라는 현재적 가르침의 함의다. 저자는 오늘만 진짜 있는 날이고 내일은 덤으로 주어지는 날이라고 말한다. 즉 오늘만 내게 주어졌고 내일은 안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내일이 올 것처럼 산다. 그래서 진리를 알고 사랑하며 그 진리를 위해 사는 것도 내일로 미룬다. 오늘은 그저 나를 위해 전전긍긍한다. 책이 말하는 게으른 삶이다!

 

 

전작이 성경이 말하는 게으름의 의미에 주목했다면 속편은 다소 철학적이다. 관통하는 메인 키워드는 질서다. 바르게 사는 삶은 참된 진리를 발견하는 데 있다. 진리는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질서는 하나님이라는 절대자를 아는 진리로부터 파생된다. 저자는 하나님이 무질서한 인간의 삶 속에 질서가 되실 때 비로소 인간과 만물이 조화와 균정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참된 질서를 상실한 인간과 사회는 이기적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제 자식도 죽이는 인면수심의 세상은 질서 부재를 반영한다. 이처럼 무질서한 세상과 인간은 참된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 진짜 게으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20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다. 문체마저 토막 쳐 있기에 더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울림은 깊다. 저자 김남준, 명불허전이다! 가벼운 신앙 도서들이 넘쳐나는 세대 속에서 여운이 깊은 책을 오랜만에 만난다. 저자는 인생을 가장 짧게 사는 비결은 사치와 허영 속에 사는 것이며 반면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세월을 아끼는 길이라고 한다.

"사랑은 삶에 목표를 부여한다. 제일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질서가 세워진다." 스스로를 성찰한다. 나의 삶 속에 쳐내야 할 곁가지가 많다. 닦아내야 할 인생과 신앙의 묵은 먼지들...

촌철살인의 매 문장이 가히 예술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저자의 에필로그가 마음을 울린다. "살아야 할 이유가 죽을 이유만큼 분명한 사람으로 사소서. 그래야 그대 행복할 것이기에."

 

우리는 짧은 삶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그것을 짧게 만들고 있다. 삶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낭비하고 있다...세네카

게으른 사람, 세월이 가도 후회하지 않을 목표가 없다. 그래서 그가 불쌍한 거다. 지금 마음 바쳐 사랑할 대상이 없다.(중략) 더 불쌍한 사람이 있다. 바르지 않은 것 위해 사는 사람이니, 그는 사랑할 대상을 찾지 못한 사람보다 불행하다.

세상 사랑에 빠질 때, 자기 삶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정신은 오직 보이는 세상에 동화된다.

많은 사람이 목숨으로는 80까지 살아도, 의미로는 서른까지밖에 못사니, 안타깝지 않은가?

뒤집힌 질서에 대한 사랑. 그게 인간의 악(惡)이다.

게으름, 하나님 사랑하지 않는 영혼의 병듦이다.

p68,120,121,158,17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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