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수업 - 그들은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을 했는가?
조셉 비카르트 지음, 황성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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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짬뽕과 짜장면 중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는 일명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 메뉴다. 이는 사람들이 중식집 메뉴 하나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그뿐인가! 오래전 주말 TV 프로그램 중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예능이 있었다. 주인공이 운명적인 삶의 갈림길에서 Yes! or No!를 외친다. 이후 주인공이 선택한 각각의 상반된 인생 결과를 보여준다. 당시 시청률이 꽤 높았다. 서로 다른 결정이 이끄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책 <결정 수업>은 결정과 선택의 순간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솔루션북이다. 다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가르쳤던 저자의 경험이 사뭇 체계적이고 농밀하다.

우리가 결정을 미루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결과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저자는 완벽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내가 선택한 결정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이는 곧 자연스레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불완전함을 용인할 때에만 결정할 수 있다! 일단 발을 내딛는 일이 중요하다. 완벽한 정보와 정답을 갖고 결정할 수는 없다.

나는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두 가지 포인트를 수확했다. 첫 번째는 의사 결정에 있어 '직관'의 중요성이다. 선택의 결과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나의 필요를 탐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나의 직관이다. 결국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자신이 선호하는 내면의 욕구, 무의식 속 내면의 갈망이 투영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의미다! 본성이 그렇다. 조금이라도 싫고 꺼리면 안 한다. 그렇기에 그 미세한 차이의 틈새를 잡아내는 일이 필요하고, 그 작업에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직관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거리 두기'의 가치다. 코로나19로 귀에 못이 박힌 거리 두기가 결정 솔루션에도 해당된다. 진학, 직장, 결혼, 이사 등 인생 대소사 결정과 선택의 순간에 직관만을 믿기가 미덥지 않은가? 그렇다면 필요한 것이 거리 두기다!

우유부단함의 끝판왕들에게 있어 거리 두기는 필수다. 저자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의 선호, 자아, 현재 자신의 위치로부터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볼 때 당면한 문제에 대해 명료함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즉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를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남의 일을 보는 것처럼 조금은 시크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달아오른 정신의 열망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뭇 냉정하고 쿨하게 문제를 직면하는 것!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둘 때 우리는 좀 더 객관적이며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다소 용이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의 총합이 우리의 삶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말했다. 인생은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라는 의미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선택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인생을 예리하게 간파한 통찰이다.

리뷰의 서두에 '짬짜면' 이야기를 했다. 죽느냐 사느냐를 외쳤던 햄릿의 고민이 아닌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를 외치는 우리네 현실이 웃프다.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개인적으로 육지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옛 유배지였던 곳으로 '셀프 유배'를 선택한 낙향의 문제가 최근 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고 결정이었다. 직관도 사용했고 거리 두기도 했다. 미래의 큰 그림과 작은 그림도 그렸고 득실의 차이도 따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자로서 믿음이라는 무형의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아무튼 우리 모두는 출생과 죽음 사이에 계속되는 선택을 강요받는 인생이라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선 존재들이다.

우유부단함이 신중함의 표상이며 미덕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지금의 시대는 우유부단함으로 자신의 인생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허용치 않는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이 박수를 받는다. 그렇다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탕 사듯 결정할 수만도 없다. 예측 불가의 수많은 변수 가운데 가능한 한 오류와 실패, 후회의 상수를 최소화시키는 결정의 작업은 우리에게 던져진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결정은 묘기이며 예술이다! 'The Art of Decision Making', 책의 원제가 그렇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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