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영원한 안식 세계기독교고전 37
리차드 백스터 지음, 김기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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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목자>를 통해 '리처드 백스터'를 처음 만났다. 청교도 목회자가 동료, 후배 목회자들에게 권하는 목회자의 바른 상이 맑고 투명하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또 다른 수작 <성도의 영원한 안식>을 통해 신자의 죽음과 영원한 천국의 쉼을 말한다. 총 16장에 걸쳐 안식에 관한 종말론적 묵상이 제시된다. 천상적 안식은 죽음 이후 신자들에게 주어진다. 신자는 더 이상 은혜의 수단들이 필요 없으며 모든 죄로부터 자유함을 얻는다. 우리의 전인이 회복될 것이고 절정은 최고선이신 우리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향유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카르페 디엠'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에게 참된 쉼이란 없다. 현대의 신자들은 이 땅의 삶이 참된 안식을 줄 것처럼 올인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천국의 안식을 기대하는 마음이 없기에 이 땅에서의 고난과 고통의 현실을 도에 넘게 두려워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신자에게는 모순의 극치다. 신앙이 신앙의 푯대, 궁극적 목적지를 부정하는 경도된 현실. 지금의 삶을 즐기고 현재의 시간만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우리의 시선을 영원한 본향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난 3월 아버지께서 천국으로 가셨다.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며 애써 감정을 눌렀다. 다시 만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나의 마음을 천상의 안식에 대한 기대로 채웠다. 이후 약 한 달이 넘은 어느 주일, 김남준 목사님의 부모 공경에 관한 설교에서 그동안 눌러왔던 나의 삭힌 슬픔이 봇물 터지듯 터져버렸다. 안식에 대한 소망과 기대가 나의 마음을 채웠다는 자기 기만이 여실히 발각된 시간이다. 천상의 안식보다 이 땅에서의 시간이 가지는 의미의 무게감이 더 컸기에 아버지의 소천과 성도의 영원한 안식에 대한 소망이 짓눌린 비애를 이기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리처드 백스터라는 청교도를 통해 천상의 안식을 향한 순도 높은 소망함을 만난다. 백스터는 이 땅에서 천국의 안식을 구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라고 말한다. 천상의 기쁨과 안식에 관한 설렘을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며 이웃과 호흡을 공유하는 현실 세상에까지 확장시키길 요구한다. 그의 경건이 놀랍고 하나님의 은혜가 경이롭다.

 

 

신자의 안식을 바라보는 청교도의 시각이 탁월하다. 천상의 안식만을 바라보며 정작 이 땅에서의 삶을 등한시하게 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코자 하는 신학적 예지력이 신의 한 수다. 천상의 삶이 현재적 삶을 집어삼키도록 방조한 시한부 종말론의 병폐가 떠올라 한순간 씁쓸하다. 천상의 안식을 소망하지만 이 땅에서 주어진 현실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일의 균형을 줄타기하듯 맞춘다.

또한 천국의 안식을 바라보는 마음과 동시에 현실적 고통에 함몰되지 않는 것! 현실 속에서 천상의 안식이 주는 기쁨을 미리 맛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 땅에서 주는 인스턴트식 즐거움의 허상이 결코 천국의 안식이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현실의 고난을 감내하며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죽음과 신자의 안식은 얼핏 결이 다르지만 뗄 수 없이 잇대어 있다. 죽음에 관한 묵상은 우리의 마음을 천상의 찬란한 안식에 관한 묵상으로 이끈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은 투명해지고 이후의 안식은 기쁨으로 화한다. 이 세상의 시간이 가지는 의미에 무게를 둘 때 나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이별은 분명 슬픈 일이다. 하지만 천상의 영원한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묵상할 때 소망함이 슬픔을 덮는다. 그리고 이것이 선택된 신자의 바른 신앙의 모습이다. 청교도 혁명과 왕정복고, 비국교도 박해라는 매일 아침 죽음이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대를 살아낸 청교도는 이것을 알았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문구도 헛되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을 이후의 삶을 위한 담보로 통배팅하는 무지도 싫다.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이 땅에서의 삶 속에 천상의 안식을 구현하며 살아갈 때 가시화된다. 더불어 진짜 영원한 천상의 안식을 소망하며 기쁨으로 천성의 입구에 도달하는 삶이다. 택자 된 신자에게는 우리가 들어갈 말할 수 없이 영광스러운 안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이 땅에서의 즐거움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고난과 고통, 죽음 또한 친근하다.

고전의 품격! 청교도의 저작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캐주얼한 신앙서적들과는 격이 다름을 느낀다. 그들의 참된 경건과 진리에 관한 청명한 통찰이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조금씩 되뇌며 읽을 때 들뜬 감정은 가라앉고 소란스럽던 정신은 제 길을 찾는다. 영혼의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저작의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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