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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라의 일기 - 이야기 갈라디아서 ㅣ 이야기 사도행전 시리즈
진 에드워즈 지음, 전의우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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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왕 이야기>로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진 에드워즈'의 걸작 중 하나다. 원제는 First Century Diaries. '1세기의 일기들' 시리즈는 초대교회가 세워지고 이후 17년간의 역사를 다룬 프리퀄 같은 개념의 <이야기 사도행전>을 포함하면 총 여섯 권이지만 바울이 행한 세 번의 전도여행부터 이후 그의 순교까지 다루는 다섯 권의 책이 시리즈의 본편이다.
현재 <이야기 사도행전>은 미션월드 라이브러리에서 출간되었고, 1세기의 일기 시리즈는 <실라의 일기>, <디도의 일기>, <디모데의 일기>, <브리스길라의 일기>가 생명의 말씀사에서 출간되었다. 마지막 <가이오의 일기>는 역시 미션월드 라이브러리에서 <가이우스 다이어리>라는 책명으로 출간되었지만 생명의 말씀사에서 시리즈의 연속성을 살려서 <가이오의 일기>로 출간 예정이다.
이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진 에드워즈는 사도행전을 바탕으로 1세기 초대교회가 세워지고, 그 안에서 피어난 역동적인 성령의 역사를 정확한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상황들을 고증하며 재연했다.
바나바가 죽었다. 바울도 몇 해전 칼로 죽임을 당했다는 말로 시작되는 <실라의 일기>는 바울의 1차 전도여행을 다룬다. '이야기 갈라디아서'라는 개정 출간 전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바울과 바나바가 갈라디아 지방을 여행하며 네 곳에 이방인 교회를 개척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책의 화자는 바울의 동역자 실라다. 실라의 시선을 따라가며 바울과 바나바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이 넘어간다. 흥미로운 선교의 역사에 더해 깊은 은혜가 있다.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았으며 세 번 파선해서 하루를 꼬박 차가운 지중해 속에 있어야 했다.
그뿐인가? 39번의 채찍질을 다섯 번이나 당했고, 강에 빠져 죽을 뻔했고, 강도, 동족과 이방인들의 위협, 그리고 거짓 교사들의 위협과 방해라는 모든 고난을 감당했다.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구령의 열정이 마음을 뜨겁게 한다. 바울의 사도성과 회심을 의심하는 할례파 유대인들 앞에서 바울이 채찍질 당한 자신의 흉측한 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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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바나바가 세운 이방인 교회에 대해 유대인들로 구성된 예루살렘 교회는 율법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흥미로운 점은 갈라디아 지방의 이방인 교회에 가만히 흘러들어간 거짓 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픽션화했다는 점이다. 지독한 선민의식에서 발현된 율법주의의 망령은 성경에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작가가 가상의 인물로 설정한 블라스티니우스 드라크라크마라는 율법 교사를 통해 극대화된다. 할례파 유대인인 그는 바울의 대적자로 등장하며 바울이 전하는 온전한 복음에 반하여 유대교의 전통과 율법, 할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빌런의 역할을 맡는다. 바울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바울의 '이단적' 교회들을 율법으로 재회심시키든지 아니면 무너뜨리겠다는 피의 맹세를 한 그의 모습이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블라스티니우스는 1차 전도여행을 통해 개척된 비시디아 안디옥, 이고니온, 루스드라, 더베 교회에 들어가서 율법으로 교회를 분열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 의해 탄생된 성경이 바로 바울이 갈라디아의 이방 교회들에 보낸 서신 '갈라디아서'다. 이야기를 통해 배경과 상황을 전달하기에 성경 읽기를 어려워하는 신자들에게는 전체적인 그림이 한눈에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책의 백미는 갈라디아서 2장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그려진 바울의 베드로 책망 사건이다. 시리아 안디옥 교회를 방문한 베드로가 예루살렘에서 온 할례파 유대인들을 두려워해서 이방인들과 겸상하지 않는다. 또한 바나바조차도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모습에 분노한 바울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사도 베드로를 강하게 질책한다. "너희도 지키지 못할 율법을 왜 이방인들에게는 지키라고 강요하느냐!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말한 바울은 일부러 꾀죄죄한 이방인들의 식탁에 앉아 큰소리로 외친다! "여기 돼지고기 좀 주시겠어요!"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다. 복음이 가져다주는 자유가 이렇다. 모든 묶인 것을 자유케하는 복음의 능력을 바울은 알았다. 저자는 이러한 복음의 정수를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학적이며 영적인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여 흥미롭게 기술한다.
<세 왕 이야기>라는 작은 책을 통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진 에드워즈의 작품은 만날 때마다 기대가 있다.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은 작가가 가진 탁월한 레토릭이 사실과 픽션이라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안정감 있게 끌고 나가는 저력의 원천이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진 에드워즈의 1세기의 일기들 시리즈,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