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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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개신교 교단 신학대학원 두 곳의 입학 경쟁률이 2:1이 안 되는 수치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두 학교 모두 소위 공부 잘한다는 기독 학생들이 목회자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학교로서 예전에는 삼수, 사수까지 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던 학교들이었는데 이제는 그 인기가 예전만치 않다고 하네요.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잘 되었다 생각도 합니다. 목회 사역은 너나 나나 그냥 마땅히 할 것 없어서 하자는 생각을 갖고 시도해볼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여기에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적 지침을 소개한 책 한 권이 있는데 현재 안양 열린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는 존경하는 김남준 목사님께서 오래전 집필하신 저작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입니다. 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목회자 후보생, 목회자 모두를 염두에 두며 집필된 본서는 한 사람의 목회자가 목회의 길을 걷기 위해 먼저 준비되며 갖추고 있어야 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언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인 김남준 목사님의 경건과 탁월한 지성, 다양한 경험과 함께 농축되어 걸쭉한 진액과 같이 전달되어지죠.

목회자로서 소명을 느끼십니까?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해 보십시오. 그것이 가능한 한 소명이 아닙니다. 찰스 스펄전, p37

 

저자는 우선 신학의 길을 걷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명'의 문제를 거론합니다. 신학교 안에 소명의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그냥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입학한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참된 신적 소명을 확인하는 것의 의미와 방법을 나눕니다. 소명을 확인하지 않은 학생들이 목회자가 될 때 본인과 교회가 맞닥뜨리게 될 불행과 위험성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목회의 길이 결코 명확한 의식 속에서 확인되지 않고 갈 수 있는 만만한 길이 아님을 애타는 심정으로 거듭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세례 요한의 예를 들면서 목회는 한 사람의 전 인격이 복음에 대한 타오르는 열망과 구령의 열정, 이것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영혼을 흔드는 단장의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 분명한 결단이 요구되는 일임을 강조합니다.

책은 소명을 확인하는 문제에 이어서 신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실제적인 준비와 지침으로서 다섯 가지 항목을 말합니다. 육체적, 지성적, 인격적, 정서적, 영적 준비가 그것이죠. 목회자가 지켜야 할 건강의 중요성은 물론이거니와 육체적 순결함은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잊힐만하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목회자들의 성적 비행과 추문들이 교회에 수치를 더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에 먹칠을 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사건들은 복음 전파에 크나큰 장애물로 다가오죠.

또한 목회자는 또렷한 지적 각성과 날카로운 지성의 칼날이 예리하게 날 선 사람이어야 합니다. 저자는 본 장을 통해 역사적으로 기독교 안에서 이루어진 지성 우월주의와 반(反)지식주의의 실체를 밝힘과 동시에 바른 기독교 지성의 필요성을 위대한 신학자요 목회자였던 종교개혁자 '존 칼빈'의 감동적인 일화를 들어 설명합니다.

지금의 조국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지성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무자격 목회자들의 양산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목회자들의 바른 성품과 고결한 인품의 부재는 조국 교회에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죠. 다듬어지지 않은 목회자의 모난 인격은 성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교회를 아프게 만듭니다. 교회는 고난 중에 순종을 배워가고, 이유 없는 비난과 비판 속에서도 인내할 줄 아는 올곧은 성품을 가진 목회자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고매한 인격과 인품에 더해 필요한 것은 복음전도자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사랑과 열정의 정서적 준비입니다. 날카롭고 차가운 지성은 복음과 영혼에 대한 따뜻한 심장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죠. 저자는 본 장에서 지식과 더불어 따스한 사랑, 거룩한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8세기 미국의 위대한 신학자였던 '조나단 에드워즈'는 그의 책 <신앙감정론>에서 신령한 지식은 반드시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정서를 동반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목회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계시고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현재적 경험이 필요합니다. 바르고 건강한 정서는 하나님의 실존에 대한 의식과 체험이 목회자 본인의 삶을 관통함으로써 자신의 실존과 맞부딪치는 신적 경험을 통해 배태되는 것이죠.

 

 

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거의 필독서로서 고전의 명성(?)을 얻게 된 책이 얼마 전 출간 24주년 50쇄를 찍으며 개정판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매우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신학함에 있어서 이처럼 훌륭한 가이드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국 교회와 목회자 후보생들, 현직 목회자들에게는 크나큰 축복입니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교회 어른들의 눈에 띄는 청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듣던 이야기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네, 신학 하는 게 어떻겠나?"라는 말이었죠. 저 또한 그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교회 어른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우쭐해져서 며칠 동안 구름 위를 거니듯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교회로부터의 외적 소명뿐 아니라 나의 정확하고 또렷한 의식 속을 파고들어오는 내적 소명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고 난 이후부터는 목회자의 소명이 동네 마켓에서 물건 구입하듯 손쉽게 주어지고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본서는 이러한 나의 경험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고요.

일단 이 책의 1차 독자는 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목회자 후보생들, 이미 신학의 길을 마치고 임상 목회의 현상 속에서 사역하고 있는 현직 목회자들입니다. 그러나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목회자들을 더 잘 이해하기 원하는 성도들 또한 2차 독자로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책의 내용 자체가 신앙적으로 배울 점이 많기에 매우 유익하고, 목회자들이 준비해야 하는 다섯 가지의 영역이 신앙을 가진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김남준 목사님의 저작이 가진 경건의 깊이는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명불허전이기에 책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여겨집니다. 더불어 저자가 경험한 다년간의 사역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은근히 흥미롭다는 점은 책이 주는 보너스이자 즐거움입니다.

이제 우리는 "자네, 신학 하는 게 어떻겠나?"의 물음이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의 질문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 가운데 있습니다. 저자는 일갈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목회자의 길, 그곳에는 따라오는 영광이나 사람들의 박수갈채 같은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저자 본인이 몇 년 간 잠자리에 들 때마다 "오늘 밤 눈을 감으면 내일 아침에는 천국에서 눈을 떴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보았다 고백할 정도로 목회 현장에서 느끼는 존재를 짓누르는 중압감과 심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 길은 명예와 칭찬보다는 멸시와 천대, 비웃음과 조롱이 기다리는 목회 현장의 끝에서 오직 상주시는 분,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달려가야 할 고통으로 점철된 외로운 길입니다.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준비 중입니까? 이미 신학을 공부하는 중입니까? 아니면 신학 공부를 모두 마치고 목회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도 아니면 평범하게 교회를 섬기는 성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 모든 대상의 독자를 아우르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참된 신학함이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하고 배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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