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학 - 기독교인 책 읽기 가이드
토니 라인케 지음, 김귀탁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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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에게는 지독한 독서 편식 습관이 있었다. 대학시절 깊이 심취해있었던 어느 은사주의 기독교 선교 단체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만 병적으로 사서 읽었다. 거의 편집광적이었기에 학생 시절 없는 돈을 쪼개서 사 모았던 책들이 꽤 된다. 지금은 그중에서도 좀 건전하다 싶은 몇 권만을 남겨두고 나의 서가에서 싹 다 밀어낸 상태다. 이렇듯 신앙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어리숙한 청년 시절에 나는 바보 같은 독자였다. 최근 이 바보 같은 독자가 10년만 빨리 만났으면 독서 습관을 바꾸고 어쩌면 인생도 바뀌었을 독서에 관한 훌륭한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얼마 전 깊은 영감을 얻은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의 저자 '토니 레인케'의 좀 더 오래된 책 <독서신학>이 그것이다.

이 책은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기독교인 책 읽기 가이드'이다. 기독교 신자로서 독서의 당위성과 실제적인 독서 지침을 균형 있게 가르친다. 1부에서는 책과 독서의 신학이라는 큰 주제하에 성경이 말하는 책 읽기, 비디오 지향적인 우리 문화 속에서 활자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신자의 독서에 있어 성경적 세계관의 중요성, 비기독교 독서의 유익 등이 매우 세밀한 필치로 소개된다. 더불어 2부에서는 독서의 실제적 지침으로써 책을 효율적으로 읽게 하는 깨알 조언이 가득하다. 책에 어떻게 밑줄을 긋고 메모할 것인가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서 그룹을 만들고 인도하는 방법까지 정말 깨알 조언이 맞다!

 

현대 문화에서 언어보다 비디오 형상이, 지성적인 것보다 미적인 것이 더 매력을 끄는 현상...(중략) 문제는 기독교인들이 말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충분히 인내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 문화 속에서 급속도로 변하는 이미지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피상적인 즐거움에 점차 만족하게 될 것이냐에 있다. p70

 

1부에서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는 위와 같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찾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을 켜고 밤 사이의 뉴스와 이메일, SNS를 확인한다. 이것이 활자를 밀어낸 이미지 중심 문명의 도구들이 가진 위상이다. 활자 매체가 전달하는 그 원초적인 지적 희열보다는 인스타그램의 비주얼적이며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된 현대인들의 마음은 이렇듯 디지털 기기에 점거된 지 오래다. 지성적인 것보다는 미적인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 끄는 세상 속에서 잉크와 종이 냄새를 풍기는 독서는 너무나 원시적이고 1차원적이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저자가 말하는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충분한 인내심을 잃어버린 기독교인들을 염려한다. 수 없는 피드에 의해 인스턴트식으로 올라오는 SNS의 이미지들은 휘발성이 특징이다.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만족만을 줄 뿐 인간을 깊은 사유로 이끌지 못한다. 단지 자신의 게시글에 빨간색 '좋아요' 숫자와 하트로서 주어지는 일종의 디지털 마약이다.

 

소위 '기독교' 서적에서 나오는 영적 위험들이 더 유해하다...(중략) 성경의 진리가 교회 안에서 어떤 사람의 손에 뽑혀 나오고 뒤틀려질 때 이단이 태어난다. 그 결과 나타난 오류는 교회 밖에서 연원하는 어떤 오류보다 더 위험하다. p97~p98

 

또한 저자는 신자들이 읽어도 좋은 책과 피해야 할 위험성 있는 책들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저자가 지적하는 핵심 중 하나로써 소위 기독교 '신앙 도서'라는 책들이 가진 영적 위험이다. 신자들의 영혼을 위협하는 요소는 교회 밖 이단이 아닌 성경의 진리를 왜곡하여 영혼을 노략질하는 교회 내에 있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신앙 도서'들이다. 서론에서 나의 경험이 그것을 증명한다. 심각하게 경도된 카리스마틱한 도서들을 포함해서 한때 조국 교회에 큰 히트를 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목적과 긍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책들, 가계에 저주가 대물림 된다는 식의 허언 가득한 책들은 분명 저자가 말하는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단지 기독교 신앙 도서이기에 또는 저자가 유명한 목사님이기에 좋은 책일 것라며 덮어놓고 선택하는 독자들의 모습 속에서 청년 시절 바보 같은 독자로서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독서 가이드를 해 줄 독서 멘토의 부재로 인한 비극이다. 

 

 

2부에서는 이제 독서를 위한 실제적 지침들을 소개한다. 현대 독자들에게 독서를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바빠서 독서를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은 어찌 되었든 전부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독서는 못하지만 현대인들의 TV와 넷플릭스, 유튜브, SNS 사용 시간은 여전히 높다. 저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보여주며 우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독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하기 싫기 때문에 독서를 못하는 것이라는 뼈 때리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그렇다. 우리는 저자의 송곳 같은 지적대로 너무 바빠서 책을 못 읽는 것이 아니다. 단지 책을 읽기 싫어서 안 읽는 것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책을 읽는 데 요구되는 훈련을 거부하기 때문에 책을 멀리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적 문제로서, 시간 부족의 문제가 아닌 인격적 훈련의 문제다. (중략) 만일 우리가 게으름과 방종과 같은 우상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이 우상들은 우리의 독서 능력을 죽일 것이다. p214

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간 독서량의 지표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독서 현실을 대변한다. 한국 성인 독서량이 연간 6.1권이며 10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두 달 전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앉아 있는 맞은편 한 줄의 사람들 전원이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읽었다. 너무 신기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내가 탄 칸의 승객 중 99%가 스마프폰을 보고 있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며 위의 지표가 말해주는 데이터가 거짓이 아님을 실감했다. 예전에는 그래도 지하철에서 신문이며 책을 보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파도와 같은 디지털 물결 속에서 심심할 틈을 허용치 않는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구텐베르크가 아닌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우리의 지성과 감성의 전당에 모시고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발견한 중요한 tip은 '한 번에 세 권의 책을 읽는 것', '지속적이고 직선적인 집중력을 보존하고 계발하기','책에 메모하고 줄 긋는 방법'과 같은 매우 실제적인 내용이다. 장소와 시간에 따라 한 번에 세 권의 책을 멀티로 읽는 독서 습관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저자에게 매우 공감했다. 왜냐하면 현재 나 또한 이와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를 옆에 두고 공부하듯 읽는 공부 독서(보통 묵직한 신학, 철학 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신앙 도서 또는 비기독교 도서 그리고 서평단에 참여해서 읽게 되는 도서 등으로 분류한다. 또한 저자는 치고 빠지듯 단편적으로 필요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인터넷 습관이 우리의 지속적이고 끈기 있는 직선적 집중력에 유해함을 말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한 권의 책을 60분 내지 90분 정도 우직하게 읽어낼 수 있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토막 치듯 클릭하고 미끄러지듯 스크롤을 올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고문과 같은 요구일 것이다.

"여백의 메모는 저자의 지성과 독자의 지성이 충돌하는 지점이다.(중략) 책 속에 메모를 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억해 두기 원하는 진리의 보석을 강조하고자 하는 데 있다." p245,247 나는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그리고 밑줄 그은 내용을 완독 후 [책속한줄]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이것은 나중에 내가 다른 용도로 책의 내용을 인용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요긴한 문학적 재료가 된다. 또한 책에 관한 나의 망각을 되살려줄 수 있는 이정표와 같다. 아울러 기독교 신자로서 비기독교 책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 또한 탁월하다. 하나님께서는 일반은총 속에 비기독교인 저자들의 책을 통해 인간과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며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 물론 여기에는 독자의 지성 속에 바른 성경적 세계관이 정립되고 기반되어야 한다는 선행 조건이 전제된다.

본서를 통해 나의 독서습관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었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다시금 효율적인 독서의 계획들을 세워본다. 독서를 하는 이유와 목적의 참됨을 성찰하며 신자로서 독서의 목적이 나의 즐거움과 단순 지식을 쌓고 그것을 자랑하기 위한 교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신자가 추구해야 하는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신적 영광의 구현이다. 그다음이 우리의 지성을 고양함으로써 얻게 되는 책을 통한 심미적이고 지적인 즐거움이다. 나는 인생에서 황금기의 시간을 잘못된 신앙 도서들을 탐독하며 돈과 시간, 열정을 낭비했다. 바른 독서 멘토를 만날 수 없었기에 벌어진 참극이다. 이 책은 이처럼 기독교 신자들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다. 더불어 독서를 해야 하는 성경적 이유와 목적, 좋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 비기독교 도서의 유익, 책을 읽는 데 있어서의 모든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지침 등을 제공하는 훌륭한 나침반이자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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