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브레인 - 생생한 뇌로 100세까지 살아가기
티머시 R. 제닝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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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개봉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진행성 치매에 걸린 여자 주인공과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였죠.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 치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치매와 뇌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만났는데요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약리학자인 '티머시 R. 제닝스'가 집필한 <에이징 브레인>입니다. 책의 부제인 '시간의 법칙에 저항하라'해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뇌의 노화와 치매의 상관성,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한 다양한 건강 실천방법에 대한 실용서입니다. 책은 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과 건강을 증진하는 생활방식, 치매를 예방하는 검증된 방법과 같이 매우 실제적인 지침들로 가득합니다. 또한 저자의 장모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던 개인적으로 아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기에 저자의 이야기는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편안한 노년은 젊은 날에 성실했던 사람이 누리는 보상이다.

노년의 전망은 슬프고 우울한 쇠퇴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에서 누릴 만년 청춘의 희망이어야 한다.

레이 파머(미국 성직자, 시인)

 

인간이라면 모두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나이 듦과 죽음의 순간을 맞기 전 우리는 늙음, 즉 노화라는 신체의 지속적이며 급격한 퇴보를 경험하게 되죠. 그런데 본서에서 매우 특이할만한 내용을 만났습니다. "살아온 경험과 그간의 선택이 각자 세월을 통과하는 데 영향을 미쳐 노화-활력과 기능의 점진적 상실-를 늦추기도 하고 촉진하기도 한다."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이 먹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육체의 늙음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는 뜻이죠.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있는 반면 노화를 늦추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요지입니다.

책은 노화와 뇌 건강을 위한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매일 적당량의 운동과 수면, 자연식 위주의 식사, 흡연과 음주의 절제, 타인에 대한 원한과 적개심 줄이기, 긍정적 마인드와 건강한 신앙의 힘 의지하기, 다양한 예술과 취미 활동, 새로운 학습 기회에 참여하기 등이 그것이죠. 우선 저자는 건강법을 벗어나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 때만이 건강한 삶과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용불용의 법칙'입니다. 즉 무엇이든 강해지려면 그 부분을 써야 한다는 것으로서 뇌도 자꾸 쓰면 특정 활동에 상응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부단한 자기계발과 새로운 교육과 정신활동, 학습을 이어가는 길만이 뇌의 노화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지름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나봅니다.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책과 펜을 놓지 않는 것!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질병이 바로 치매이리라 봅니다. 그런데 책을 통해 발견하는 사실은 역시 만병의 근원은 바로 스트레스라는 것이죠. 만성적 염려, 해결되지 않은 죄책감, 계속 이어지는 갈등 관계 등은 스트레스의 주요 인자입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이며 용서와 이해, 관대함이 없는 마치 싸움닭 같은 사람들은 치매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원한과 갈등의 관계를 용서와 화해로써 해결하라고 강조합니다. 스트레스와 자기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신체 건강과 뇌의 급속한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본서의 중요한 key입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없어지는 것이 우리네 육체이지만 호흡하는 동안만큼은 자신의 존재로 인해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먹으며 나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등의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음식과 관련하여 저자의 실제적 조언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기에 커피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으니 매우 반갑기도 했고요. 그외 오메가3, 기름기 많은 생선, 강황과 후추, 호두, 녹차, 석류주스, 해바라기씨, 아몬드, 시금치, 호박, 고추, 비타민C 등의 섭취를 권장하고 반대로 인공감미료와 탄산음료 등은 백해 무익한 식품으로 섭취를 자제하라고 말합니다. 또한 책의 챕터마다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사항들을 한 번 더 요약해 주면서 실천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입니다. 건강한 노화와 치매 예방을 위하여 실천 사항들을 따로 적어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매일 실천해도 좋을 것 같네요.

책의 마지막은 치매 가족을 돌보는 데 있어서 기억해야 할 세부적인 지침들입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매우 중요한 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치매 가족을 돌보는 데 있어서 간병의 기준을 정해놓으라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치매에 걸린 부모님의 요양원 이주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점입니다. "돌볼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작 필요한 간호를 제공할 능력이 없어서다."라는 사실을 명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매우 객관적 지표인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불청객을 최대한 예방하며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품는 소망입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와닿네요.

한때 '웰빙(well being) 열풍이 불었죠!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고, TV 홈쇼핑에서는 갖가지 건강 보조식품 광고가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골목마다 생겨난 피트니스센터와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보며 육체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려는 사람들의 웰빙 욕구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또 한때는 웰다잉(well dying)의 바람이 불기도 했습니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답게 죽고 싶은 갈망의 표출로서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그런데 나는 책을 덮으며 웰에이징(well aging)의 개념을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화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잘 늙을 수 있을까의 고민이 농축된 말이죠.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늙어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강건해진다)." 고린도후서라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필연 신앙과의 깊은 연관성이 있는 말씀이지만 책이 강조하는 뇌 건강 및 노화의 중요성과 표면적 의미상으로는 일견 일치하는 것도 같기에 다소 불경(?)스럽지만 인용해봤습니다.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죽는 것도 중요하지만 품위 있게 늙어가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일이죠. 지금껏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실존의 문제 앞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회피할 수 없는 운명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기에 죽음보다 선행되는 잘 늙는 것의 문제는 쉽사리 간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치매라는 불청객을 떨쳐버리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웰에이징이야말로 웰빙과 웰다잉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인생의 경첩임을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책에 가득한 실제적 조언들은 자신의 장모가 치매에 걸려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저자가 독자에게 남기는 진정 어린 충고이며 가르침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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