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민심을 얻는 왕도정치의 고전 명역고전 시리즈
맹자 지음, 김원중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브라질 대통령 '보우소나루'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 가운데 관광객들과 함께 비치에서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물놀이를 즐겼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코로나는 그저 단순한 독감일 뿐이라며 팬데믹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발언과 함께 결국 노마스크를 고수했던 본인도 코로나에 감염된 바 있죠. 1월 현재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가 8,500만 명이라는 경악할 만한 통계 속에서 전 국민의 면역력 확산에 정부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발언의 기사를 보며 국가의 수장, 리더가 지니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인격적 덕목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 나라의 지도자가 지니고 있어야 할 도(道)에 대해 옛 선현들 가운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중국의 맹자 선생이 기록한 <맹자>는 매우 탁월한 저작이 아닐 수 없죠.

BC 4세기 중국이 수많은 나라들로 조각조각 나누어져서 자웅을 다투었던 전국시대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정치신념을 유가에 기초하여 집대성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맹자는 '여민동락(與民同樂)' 즉,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 한다"라는 왕도정치의 기본을 설파한 인물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이은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민심을 어루만지는 군주만이 천하를 얻을 수 있음을 깨달은 맹자의 사상은 당시 정치이념으로서는 매우 친민적인 개념이었죠. 이번에 만난 책 <맹자>는 부제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민심을 얻는 왕도정치의 고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맹자보다 100여 년 먼저 살다 간 유가의 창시자인 공자 선생 가르침의 핵심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상이 맹자의 이념적 기틀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가운데 책은 군주가 지녀야 할 인의예지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 '항산','항심' 즉,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될 때 민심이 따라옴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맹자를 말할 때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 성어가 떠오릅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맹자의 바른 교육을 위해서 시장과 묘지, 서당으로 세 번의 이사를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죠. 보통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많이 사용되는 말인데요, 이러한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맹자 또한 인간이 금수와 다른 점은 교육을 통해 오륜을 정립해가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즉 바른 교육과 사상을 통해서 군주들을 가르치고 안내함으로써 올바른 정치를 실현해 가도록 돕는 데 있어 <맹자>는 매우 유익한 저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서는 크게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의 제목은 첫머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지어졌습니다.

맹자는 책을 통해 지난한 전쟁의 화마 속에서 상처 입은 민심을 얻기 위해 왕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인덕과 경제 안정, 세금 부담의 완화, 인재 등용과 같은 합리적인 정치사상을 설파했습니다. 실제적인 토지 제도의 개혁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지 않았고, 학교 교육에 대한 강조를 잊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 도덕성의 함양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사상적 원류였던 공자 유가 사상의 핵심인 인의예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주옥같은 금언들 가운데 내면에 깊이 아로새겨지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날 양나라의 양왕이 맹자에게 "천하를 누가 하나로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자께서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천하를 통일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가뭄 속 벼 싹은 단비가 내리면 고개를 든다. 천하에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마른하늘에 내리는 단비에 벼 싹들이 고개를 들 듯 그런 사람에게 천하 백성의 민심이 고개를 들고 따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국시대라는 군웅할거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때 맹자가 가진 정치 이념이 얼마나 인간적이며 도덕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인간 내면의 허를 찌르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고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쳇말로 반전 가득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죠. 맹자 선생은 바로 이런 반전 매력이 가득한 인물이었습니다.

전국시대 군주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쟁을 일삼고 그것으로 인해 영토를 확장하는 것만이 왕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완성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개인적인 이익과 영달을 위해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은 이들이 왕으로 군림했습니다. 맹자는 이러한 당시 군주들의 실정(失政)을 직접 목도했고, 그 아래에서 아파하는 백성들의 신음 소리를 청취했습니다. 그렇기에 눈앞에 보이는 이득과 야욕을 만족시키기보다 고통스러움에 눈물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던 것이죠. 현실 정치의 무대는 맹자 선생이 살았던 기원전 4세기의 그때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이나 기실 별반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자국민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바비큐 파티를 계획했다는 브라질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모습 속에서 전국시대 군주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저잣거리와 계곡에 오랜 전쟁과 가뭄으로 인해 굶어죽은 아이들과 노인들의 시체가 수습되지도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는 전국시대의 참상이 지금의 코로나19와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은근한 두려움의 속살은 아닐는지요?

이렇듯 맹자 선생의 가르침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시대의 폐부를 관통하는 묵직한 그 무엇을 선사합니다. 왕도정치의 바이블로서 비단 국가의 정사를 맡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정치고전일 뿐이라고 여긴다면 이 책의 가치를 제한하는 견해일 수 있습니다. 누차 강조했듯이 맹자가 가진 사상적 뿌리는 공자 유가의 인의예지로서 사단(四端) 즉,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할 네 가지의 바른 마음이며 이는 군주뿐 아니라 금수가 아닌 이상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어야 할 가치이며 기준인 것이죠. 그렇기에 <맹자>는 물고 뜯고 끄집어 내리고 죽고 죽이는 인간사 각축장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2,400여 년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작지만 명확한 깨달음의 메아리로 전해져 오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