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너리 - 평범함으로의 부르심,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6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6
마이클 호튼 지음, 조계광 옮김 / 지평서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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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TV를 통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스타가 되기 위해 경쟁을 펼치며 울고 웃는 모든 과정을 지켜봅니다. 이렇듯 사람들이 노래, 댄스, 요리 등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탁월함'과 '드러냄'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의 이름을 세상 속에 드러내어 유명해짐으로써 얻게되는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 박수갈채를 갈망함과 동시에 무명과 평범함을 극도로 혐오하는 문화 현상의 반영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일반적인 사회에만 국한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교회 또한 이미 이러한 세상의 문화적 트렌드에 함몰된 지 오래죠. 시대가 변했기에 복음을 담는 도구도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다수 교회들의 소위 엔터테인먼트적 예배 속에서 보여지는 탁월함과 드러냄이라는 키워드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러한 상념 속에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닭살이 돋는 듯한 전율을 경험한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미국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회자인 '마이클 호튼' 교수님의 저작 <오디너리 : 평범함으로의 부르심>이 그것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요지는 단순합니다. 혁신과 불만족, 평범과 만족! 세상은 차치하고 교회 또한 이제는 평범함을 지루함과 동일어로 여기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인가 획기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을 찾습니다. 매주 우리를 흔들어놓고 설레게 만들어 줄 새롭고 참신한 그 무엇을 추구하는 정신이 신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전통적 예배 안에서 드려지는 설교와 성례는 이제 오랜 고대의 유물과 같이 여겨지곤 하죠. 그러나 저자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사역의 진정한 핵심은 비범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 곧 일상에서 발견됨을 말합니다. 변화나 혁신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에 있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그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가르침인 것이죠.

그러면서 저자는 그동안 신자들이 가진 세상에 의해 왜곡되었던 '탁월함'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합니다. "탁월함은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유익을 추구하는 덕성이다. 완전주의자들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 (중략)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는 욕망, 곧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의 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태도... (중략) 같은 죄인들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면서 살아간다." 저자가 정의하는 성경적 탁월함은 필연적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여기저기서 한껏 부풀어 오른 내면의 공명심이 우리의 삶을 성경적 평범함에 만족하며 머무르도록 허락하지 않는 세대 속에서 참된 탁월함의 정의가 빛을 발합니다.

또한 책에서 발견한 중요한 내용 하나는 역사적 부흥 운동과 평범함의 관계였습니다. 언약 공동체의 평범한 삶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꾸준히 성장하기보다는 무엇인가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부흥을 갈망했던 운동들은 교회의 평범한 사역, 예를 들면 정기적인 전도, 세례와 성찬, 설교와 고백의 기도, 성도의 교제와 같은 것들을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했죠. 대신 타는듯한 열정과 환호 속에서 출발한 부흥 운동은 다양한 스타 목사와 사역자들을 양산해내게 되었고, 이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복음주의 신자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서 왜곡된 탁월함과 드러냄을 미친 듯이 갈망토록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집니다.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 스포트 라이트를 갈망하는 신자들, 탁월함이라는 미명하에 무엇인가 획기적이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교회는 실용주의가 낳은 기형적 부산물입니다. 조나단 에드워즈와 조지 휫필드 같은 영적 거인들은 하나님께서 전통적인 설교와 성례라는 지역 교회가 가진 '평범한 은혜의 수단'에 복을 베푸시는 것을 참된 부흥으로 이해했습니다. 더 이상의 새로운 사도와 계시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폭발적이고 열광적인 예배와 교회 내 넘쳐나는 프로그램이 우리를 참된 신자의 삶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오직 계시된 말씀인 성경과 하나님께서 세우신 무명의 평범한 목회자들을 통해서 전해지는 설교와 성례라는 평범한 은혜의 수단만이 우리를 성경적이고 바른 신자의 삶으로 이끌 수 있을 뿐이죠.

우리 시대와 문화는 세상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마저도 어벤져스와 같은 영웅을 갈망하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발견하는 점은 참된 신자의 삶이 이와 같지 않다는 것이죠. 오늘도 이른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장에 출근했습니까? 여전히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며 가족을 위해 빨래와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셨나요? 혹은 집안을 청소한 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간식을 챙겨주며 이웃집 혼자 사는 할머니의 필요를 돌보셨습니까? 당신이 만일 오늘도 세상이 말하는 탁월함, 획기적이지도 않고 흥분되지도 않으며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칭찬, 인정은 없지만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 일상이라는 삶의 부르심 속에서 말씀과 성례를 통해 주어지는 평범한 은혜의 수단들에 감사하며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아내었다면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어벤져스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세상의 수많은 무명의 영웅들이 가진 삶의 가치를 존중하며 바른 신자의 성경적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30년간 톳밥과 먼지 속에서 대패와 망치를 손에 쥔 채 무명 목수의 일상을 살아내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배워가기 원하는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신자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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