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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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책 한 권이 있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본 적은 없더라도 책 제목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그 책은 바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죽음에 대한 단상을 매우 절제된 언어 속에 녹여냄으로써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 책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이 낳은 또 다른 소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을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생을 즐기라고 말한다. 희망 가득한 삶으로의 초대와 메시지가 우리 주변에 지금처럼 널려있었던 적이 또 있었는가? 웰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관한 식상한 단상들이 넘쳐나는 세대 속에서 죽음은 마치 터부시되어야만 하는 그 무엇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은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역설이며 어폐지만 저자의 책을 펼쳐드는 순간만큼은 그것이 결코 역설적이지 않으며 마치 아침 햇살을 즐기듯 매우 자연스러운 것임을 느낀다.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어찌 진정한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의 책 전면을 관통하는 숨은 메시지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책에서만큼 죽음은 곧 삶이며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의 본질이다.

주인공 '애니'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여성이다. 8살 때 놀이공원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장애를 입고 이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다양한 성장 과정 속에서 상처와 시련을 경험한다. 그녀는 늘 자신의 삶이 실수의 연속이며 자기의 실수가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었다는 말할 수 없는 자책감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20대 초 한 번의 결혼 실패와 함께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깊은 상처와 상실감이 그녀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지만 이후 중학교 동창이면서 오랜 시간 마음속으로 사랑했던 남자 '파울로'를 만나 두 사람은 결혼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혼식 다음 날 열기구를 타러 갔다가 열기구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며 죽음의 문턱 가운데 가게 된다. 그녀가 눈을 뜨고 그곳이 천국임을 인지한 후 그녀는 차례로 다섯 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일을 겪는다. 그녀는 자신이 죽기 전 세상 속에서 만난 의미 있는 다섯 명의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용서해야 할 사람과 사랑해야 할 존재들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이루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웰빙적 의미의 삶만을 강조하다 보니 진짜 삶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놓쳐버리고 사는 때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고 이제서야 인생의 참의미를 알았기에 이제는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순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발견하고서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 책은 바로 이렇게 죽음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라는 실재를 더욱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소설에서만큼 죽음은 터부시될 만한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삶을 진정 어린 눈으로 관조하며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그 무엇 이상이다. 자신의 실수와 상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던 일들. 그로 인해 자신 또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채 자책감의 굴레와 속박 속에 갇혀있어야만 했던 애니의 모습이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을 아리게 만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의 시간 속에서 우리 주변의 진정 사랑하지만 결코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자기의 삶이 지닌 그 고귀한 가치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주인공 애니의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는지?

상처받은 존재의 아픔은 상처받은 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애니의 삶의 모습과 그녀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들의 모습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용서는 또 다른 용서를 낳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과 연을 맺으며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저자 미치 앨봄은 눈앞에 작은 것을 좇기 위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애니는 자신의 삶에 대해 "다 괜찮아요!"라고 천국이 들려주는 위로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기 위하여 일어난다.

작은 책 한 권이 마음속에 적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책장을 덮으며 무엇보다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떠올랐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가장 소홀히 대했던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이 땅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 순간까지 나와 언약으로 맺어진 이들과의 깊은 사랑을 독려하게 되는 작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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