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일주일
안드레아스 J. 쾨스텐버거.저스틴 테일러 지음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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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삶의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가장 가치있고 의미있게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 애쓸 것이다. 그러나 여기 자신의 마지막 일주일을 자신이 아닌 오로지 다른 이들의 행복을 위해 내어준 한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가 기록된 책이 있다. 그 책은 바로 성경이며 그중에서도 신약성경 첫 네 권의 책인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이다. 그리고 오늘 리뷰하게 되는 본서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은 바로 이 네 권의 복음서를 통해 드러난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자 절정인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의 마지막 일주일을 조명한다. 절대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속에서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역사적 예수로서 그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단지 그는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살다간 선구자나 성인 정도로 이해되는 것이 요즘 시대의 기독교와 예수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기에 어찌보면 본서가 말하는 주제는 불신자들에게는 관심 밖일 수 있다.

그러나 신자들에게조차 1년에 한번 사순절과 고난주간, 부활절을 맞이할 때 되새겨보게 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주일에 대한 내용은 알듯하면서도 정확한 팩트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책은 고난주간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수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 당한 후 3일만에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보이시며 승천하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을 따라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특별히 책이 가지는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주일을 조명하는 데 있어서 저자들이 어느 하나의 복음서만을 자신들의 집필을 위한 텍스트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공관복음서인 마태, 마가, 누가복음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의 관점이 다른 요한복음까지 4복음서에서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일주일의 행적을 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또한 신학적인 난해한 내용이 없기에 일반적인 신자들 누구나가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주간의 행적을 손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된 점 또한 책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다.

특별히 예루살렘 입성 후 예수께서 유월절을 준비하시고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행하시는 목요일과 유대 지도자들에게 체포된 후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 당하는 금요일의 기록은 지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내용의 구성이 광범위하면서도 집약적이다. 저자들은 복음서에서 증거하는 사건의 내용을 본문 그대로 가지고 와서 각 챕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본문에 대해 성경적이고 역사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해설을 싣는다. 동일한 한 사건에 대해 4복음서의 각기 다른 저자들이 바라본 4개의 관점에 의해 기록된 사건은 서로간 서술상의 차이로 인해 오류가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성경의 오류라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의 저자가 한 사건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기술함으로서 빚어진 서술기법 상의 차이이며 오히려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해주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책의 마지막 챕터인 '뒷이야기'를 통해 죽임 당하시고, 부활하신 예수께서 의심 많은 제자 도마에게 찾아가셔서 자신을 증명하시는 장면은 이 책의 백미이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첫날 일요일에 도마를 제외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후 도마는 자신이 직접 예수님의 못자국난 손과 창으로 찔린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이러한 그의 회의주의는 역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왔다고 말한다. 사실 역사적으로 모든 세대는 예수의 부활을 진정으로 믿기보다는 허황된 유대인들의 신화이자 옛날 이야기라고 치부하며 불신하는 시대정신의 지배를 받았다. 그렇기에 어쩌면 인류가 은하계를 정복하는 지금의 최첨단 과학 문명의 시대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수의 부활과 기독교 복음은 가장 미개하고 천박한 사상 가운데 하나다.

요한복음을 통해 사도 요한은 이미 사람들 안에 이러한 불신과 회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은 3년반 동안 스승인 예수의 곁에서 그와 함께 먹고 마셨던 제자 도마에 의해 극대화된다. 그런데 나를 더 놀라게 한 사실은 바로 이 도마의 불신까지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주권과 섭리이다. 예수의 사명은 유대 지도자들에 의해서 철저하고 잔인하게 죽임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살해당하고 무덤에 묻힌 후 3일만에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부활하셔야만 하는 것이 예수께서 이 지상에서 마지막 일주일을 사시는 것의 유일한 목적이자 하나님의 계획이었기에 그분의 의심할 수 없는 철저한 죽음은 그분의 부활의 사실성을 입증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행조건이었다. 그렇기에 도마의 날 선 의심은 저자들이 말하듯 로마의 십자가 처형이 철저하고 치명적이며 따라서 못 박힌 흔적을 가진 사람이 살아있을 수 없다는 예수 죽음의 확실성을 굳게하는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도구였고 장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도마의 의심을 통해서도 증명되듯이 확실하고 철저하게 죽임당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명확하게 한치의 오차와 오류도 없이 죽임 당한지 3일만에 부활하셨다!

저자들은 책의 말미에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럼 "당신은 그를 누구라하는가?" 신화적 예수, 역사적 예수의 주장이 판을 치는 이 세대 속에서 참된 신자의 믿음의 대상이자 구원의 절대성을 지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성에 대한 물음은 신자라면 누구나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중대한 물음이다. 참된 신자들에게는 모든 날이 부활절이다. 그렇기에 때만되면 요란스럽게 지키려는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안에 갇혀있는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매일의 일상과 삶의 지평 속에서 그분의 부활을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이땅에서 신자로서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진정한 경건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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