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결정적 리더십의 교과서, 책 읽어드립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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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심연을 냉철하면서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일종의 정치철학서로 꼽히는 책은 단연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서울대 필독 인문고전서로도 뽑힌 본서를 펼치고 그 안의 내용들을 살필 수 있었다. 내용이 방대하거나 고전이기에 소화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무겁지 않을까 염려한다면 그것은 모두 기우에 불과할 정도로 책 자체는 매우 라이트하다. 어떻게 보면 인간사에 있어서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어디에서나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 문제의 화두를 정치판에 집약시킨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군주는 이러해야하고, 국가는 저러해야한다!" 라는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다소 평이한 내용들이 책의 전면을 채운다. 마치 삼국지 유비의 책사인 제갈공명이 곁에서 군주의 도리와 역할, 책임을 간언하듯 저자인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군주인 '위대한 로렌조 메디치'에게 행하는 깨알조언이 흥미롭다.

그러나 고전이 달리 고전이 될 수 있었겠는가? 누구나가 평범하게 이해하고 생각해 낼 수 있는 지적 결과물 그 이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다수 범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인간 내면과 본성의 특성에 주목하여 그것을 현실 정치의 무대위로 소환해냈음에 있다. 국가와 군주, 신민의 관계가 어차피 모두 인간사의 문제이기에 얼키고 설켜 복잡하게 여겨질법한 정치 메카니즘을 가장 기본적인 인간 본성의 문제로 단순화시켜서 제시했기에 지금까지도 세대를 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은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의 종류와 형태, 주권과 군대에 대한 이야기, 군주가 갖추어야 할 인품과 선택해야 할 도덕적 가치들, 군주의 명성, 군신간의 올바른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를 해방하기 위한 호소까지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 군주가 섭렵하고 있어야 할 중요하면서도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잘 요약하고 정리해서 한권의 책으로 설명한다. 본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악에 대한 독특한 직관 또한 새롭다. 마키아벨리는 악행을 사용하여 군주가 된 자들에 대한 챕터에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잔인한 수단의 사용을 두둔한다. 그러나 이러한 잔인하고 폭력적인 수단은 결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고 단회적으로 그쳐야 함을 주지시킨다. 즉 권력을 쟁탈해야하는 순간에는 잔혹하면서도 냉철하게 반대파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버리는 과감함과 결단이 필요하며 그러한 악행들이 단회적으로만 그친다면 그 악행도 유용하다는 악의 선용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과 두려움을 받는 것의 선택 속에서 두려움 받는 것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므로 경우에 따라서 언제든 신의를 저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전제 속에서 두려움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형벌이라는 공포에 의하여 지탱되므로 권력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즉 마키아벨리는 백성들이 군주를 향한 어느 정도의 경외와 두려움을 가질 때 군신의 관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음을 인간 내면의 속성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덧붙이는 것은 백성들에게 두려운 대상이 되는 것은 좋지만 미움을 받는 대상은 되지 말라는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두려움과 미움은 개별적이며 양립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본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지혜다.

더불어 군주의 신의에 대한 화두 또한 주목할만하다. 군주론을 읽기 전 누군가에게 이 책이 차갑고 냉혹한 담론이 기술된 저작이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책에 대한 이와같은 사견이 아마 군주의 신의를 다루는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들 대부분은 신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음을 밝힌다. 즉 신의를 지키는 일이 해롭거나 굳이 지킬 이유가 없을 때에는 단호하게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도 인간 본성의 문제가 등장하기에 그렇다. 인간은 본래 선하지도 않고 군주에게 맹세한 언약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군주 또한 위험을 무릎쓰고 신의와 약속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도록 선을 행하려고 해야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악의 편을 드는 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정황의 변화를 주의깊고 면밀하게 관찰하여 처신을 그때그때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삶의 태도와 자세를 갖추라는 의미다.

메디치 가문을 통해서 고문과 내쫓김을 당하는 치욕을 경험했으면서도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 피렌체에 대한 연민과 융합된 자신의 정치 이상의 실현을 위해 써내려간 <군주론>을 메디치 가문의 군주에게 헌정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참으로 역설적이면서도 비범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후 그의 인생 말년에 그가 현실 정치의 무대에 복귀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저작이 가진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책의 마지막 뚜껑을 덮으며 떠오르는 상념은 본서가 비단 15~16세기 중세 유럽이라는 한정된 시공간에 갇혀있는 지협적 통찰이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인간 사회가 가진 진리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정치판의 생리는 차치하고 당장 우리네 평범한 민초들의 삶의 현장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 자체가 바로 군주론의 현대판 버전 아니겠는가? 기업(국가)의 오너(군주)가 있고 측근 임원(귀족)들과 일반 직원(백성)들이 존재한다. 오너는 임원들과 직원들과의 관계, 경쟁 기업(적국)들과의 관계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행하며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고 접목시킨다. 시대 간극의 오류가 있기에 100%의 씽크는 불가능하지만 분명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결코 새롭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안목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저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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