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책 읽어드립니다, 신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연옥 천국의 대서사시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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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개봉하여 1000만 관객을 찍은 영화 <신과 함께>는 윤회사상을 비롯한 불교적 세계관을 흥미롭게 묘사한 작품으로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리뷰하는 책 <신곡> 또한 내세에 대한 가톨릭적 세계관을 보여주기에 제격인 저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는 본 작품을 1307년 시작해서 1321년에 완성했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된 본서는 저자 단테가 35살 성(聖)금요일을 앞둔 전날 밤 체험한 일종의 영적 기행담이다. 어느 음침한 숲속에서 눈을 뜬 단테는 빛이 비추는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중 자신을 가로막고 서 있는 세 마리의 야수들을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육욕을 상징하는 표범, 권력과 야망을 상징하는 사자, 탐욕을 상징하는 늑대로서 이들 앞에 선 단테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자신을 도와달라고 허공을 향해 외친다. 그의 기도가 응답된 듯 잠시 후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단테가 스승으로서 그토록 존경했던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였다. 이후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데리고 영원한 곳으로 안내하는 안내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이로서 단테가 환상 속에서 여행하게 되는 첫번째 관문인 지옥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단테는 먼저 지옥의 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가 목격하게 된 지옥은 9개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각 등급의 지옥은 생전 세상에서 지은 죄의 경중에 따라 죽은 영혼들이 그 죄의 대가로서 영원토록 형벌을 받는 장소다. 이곳에서 단테는 수 많은 사람들이-그중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을 포함하여-끊임없는 고통의 형벌을 받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며 두려움에 몸서리친다. 생전 다른 이들을 향한 기만, 배신, 정욕을 포함한 각종 악행을 저지르며 살다간 사람들은 이 지옥 심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생생하게 맛보게 되는데 그것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고통의 무한연속이다.

끔찍한 비명과 처절한 울부짖음이 가득한 지옥을 벗어나 단테가 이른 곳은 다름아닌 연옥이다. 7개의 죄악인 교만, 질투, 분노, 나태, 인색, 탐욕, 애욕의 죄를 정화하기 위한 장소로서 개신교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가톨릭에서는 매우 중요한 교리로 인정되는 연옥의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연옥은 지옥에 갈 정도의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천국으로 곧장 직행할 만한 공덕을 쌓지 못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죄를 씻으며 중간에 머무는 장소다. 이곳에 온 영혼들은 자신들이 지은 다소 경미(?)한 죄악들에 대해 회개하면서 나름 연옥이 제시하는 보속의 행위들을 이어간다. 그 기간은 100년이 될 수도 있고 500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이 보속의 기간을 온전히 통과하고 나면 그래도 천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소망이 있기에 단테가 거쳐 온 지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온화함과 작은 환희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죄를 씻는 정죄(淨罪)의 공간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들의 중보적 기도가 있게 될 때 이 연옥에 있는 영혼들의 보속의 기간은 단축되기에 책에서는 연옥을 통과하는 단테에게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부탁하는 영혼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독자는 1517년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교황 레오10세의 성베드로 성당 건축을 위한 면죄부 판매에 얽힌 비화를 기억해 낼 수도 있다.

연옥을 지나 이제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그가 사모하는 여인 '베아트리체' 에게 맡기고 사라진다. 천국의 문 앞에 이른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따라서 10개의 층으로 구성된 천국을 여행한다. 연옥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과 죄악을 정화한 영혼에게 있어서 남은 것은 선과 도덕적 덕목의 실천이다. 천국은 완전한 선의 집합체이신 하나님이 계시는 장소로서 그곳에 다다른 인간 영혼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온전한 정의와 사랑의 실천이다. <신곡>은 단테가 환상 속에서 경험한 영적 기행담이지만 비단 사후 세계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단테가 살다간 중세 시대의 현실을 겨냥한 종교적 메시지의 진의가 더 진득하게 묻어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천국편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단테가 경험한 지옥과 연옥, 천국이 의미하는 바는 모두 인간의 의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한다. 현실 세계 속에서 지옥은 인간 스스로가 의지적으로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타인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빼앗고 갈취함도 모자라 죽이기까지 하는 인간의 타락한 행위는 인간의 자발적 의지로서 그야말로 지옥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그보다 못한 죄악들을 행하지만 그것을 벗어나서 천국을 갈망하기 위해 연옥에서와 같이 보속의 행위를 끊임없이 행하는 행위의 자발적 주체 또한 의지를 가진 인간 자신이다. 또한 궁극적 선의 실천을 위한 정의와 도덕, 사랑의 행위를 갈망하는 천국이 요구하는 덕목 또한 인간의 의지를 필요로 하기에 어쩌면 단테가 경험한 사후 세계의 모습은 단테의 시대상을 적실성있게 반영한 것이 아닐까?

워낙 유명한 대서사시로서의 고전인 단테의 <신곡>이 'tvN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 소개 된 후 꼭 읽어봐야지 생각만하다가 이번 기회에 완독할 수 있었다. 단테가 살았던 당시의 현실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결코 크게 다름이 없다. 단테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 만났던 세 마리의 야수가 상징하는 육욕과 권력야망, 탐욕의 모습이 인간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인간 누구에게나 상존하는 죄악된 본성에서의 탈출과 덕을 지향하고자 원하는 인간의 근원적 갈망의 민낯을 지옥과 연옥, 천국이라는 내세의 구조를 통해서 표현한 단테의 문학적 천재성이 돋보이는 이 책은 고전으로서의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저작이다. 또한 개신교 종교개혁이 있기 전 탄생한 저작답게 인간 의지의 자유라는 가톨릭적 색채가 묻어나기에 가톨릭의 신학적 교리들과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 혹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져 멀리했던 고전이 내뿜는 향기 속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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