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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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tvN에서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좋은 책 한권을 선정해서 역사교사로서 알려진 설민석씨의 책에 대한 강론(?)과 함께 참석한 패널들이 의견을 나누며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나는 TV를 볼 시간이 없어서 지금껏 한번도 시청한 적이 없다. 그냥 명성만 들었을 뿐. 좋은 책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마치 독서토론과 같은 분위기의 TV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얼마 전 '요즘 책방'에서 조지 오웰의 명작 <동물농장>을 소개했다. 디스토피아 소설의 효시격인 <1984>라는 위대한 저작과 더불어 조지 오웰의 명성을 드높인 <동물농장>의 작품성은 말이 필요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국내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한 많은 출판사들이 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이미 오래전 출간한 본서를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 스타북스에서 현대적 감각과 디자인으로 산뜻하게 출간된 본서를 통해 다시 한번 초독때의 감흥을 느낀다.

이번 스타북스에서 출간된 <동물농장>은 각 챕터별로 소제목을 명기했다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스타북스 <동물농장>의 장점은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11포인트 정도의 아주 적당한 활자 크기와 더불어 줄 간격도 여유있게 배정되어서 책을 읽는 내내 눈의 피로도 없이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책의 외적인 평가는 이 정도로 마치고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본서는 더 많은 것을 움켜쥐려고 바둥대는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타인을 지배하려는 끝없는 권력욕의 인간 세상을 풍자와 알레고리라는 서술 기법을 동원하여 고발한 근현대 영국 문학의 손꼽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에 의해서 지배받으며 그들에게 자신들의 노동력과 생산력을 무한정 착취당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들의 몸까지도 식용육으로 바쳐야만 하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일어난 동물들과 그들이 사는 농장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돼지, 개, 말, 양, 젖소, 암소, 염소, 당나귀, 고양이, 닭, 오리, 까마귀 등의 농장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착취하는 주인 인간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농장을 그들의 소유로 접수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외침 하에 일어난 반란으로 접수된 그야말로 '동물농장'은 이제 동물들에 의한 나름의 질서와 규율로 운영되어져 간다. 그러나 문제는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증오하는 인간세상과는 달리 진정한 평등을 꿈꿔왔던 동물농장은 인간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이른바 지식층으로 대변되는 지도자 계급인 돼지들에 의해서 다스려져가는 또 다른 모습의 인간세상으로 변질되어가는데...

민주적 사회주의를 꿈꾸었던 저자 '조지 오웰'은 정치 풍자적 요소가 가득한 본서를 통해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에 의해 세워진 소비에트 사회주의 이념의 변질에 대한 현실정치의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 동시에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는 인간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망령에 대한 우려를 알레고리라는 수사 기법을 동원하여 날카롭게 꼬집는다. ​결국은 어느 시대이든지 인간군상이 모여사는 곳에는 계급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지배 계급은 피지배 계급을 억누르고 착취할 것이며 피지배 계급은 끝없이 지배 계급에게 자신들의 노동력과 생산력을 헐값에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근원적 패악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재독하며 발견하게 되는 점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권력을 손에 넣은 수퇘지 '나폴레옹'을 비롯한 지도층 돼지들이 전화를 신청하고, 라디오를 구입했으며 잡지를 예약구독하고, 입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인간의 옷장에서 옷을 입으며 농장을 방문한 이웃농장의 인간들과 함께 한 식탁에 둘러 앉아 희희덕거리는 모습 속에서 인간이든 돼지든 간에 그들의 본성 속에는 남보다 더 누리는 것에 대한 탐욕의 DNA가 항존한다는 사실에 대한 발견이다. 초기 메이너 농장의 돼지들은 분명 인간과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명의 도구들에 대해서 적대적이었고 역겨워했다. 입장이 바뀌고 난 이후 그들 또한 인간의 모습을 동경함으로서 그들이 그토록 혐오했던 인간의 모습으로 동화되어 가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인간들과 어울려 한 식탁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돼지들의 얼굴이 인간인지 돼지인지 구별이 가지 않게 되었다는 묘사로서 끝나는 결말은 이 땅의 모든 존재가 지닌 그 존재적 타락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인간 본성의 전적 타락에서 손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은 죄로 오염되었으며 신적 형상을 읽어버린 인간 본성 또한 전적인 타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인간 본성의 부패와 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 세상은 절대로 평등해질 수 없다. 인간 본성의 부패와 타락은 인간성 자체를 인간들에게 다른 인간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갈취하고 빼앗아 자신이 더 많이 가져야만하는 극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변질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인간 내면에 선한 것이 있는가? 근원적으로 파고 들어갈 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인간만큼 더럽고 탐욕으로 쩌든 추한 존재가 세상 어디에 또 있는가?

조지 오웰은 이 책을 통해 당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악의 축으로 여겨졌던 소비에트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알레고리 기법을 통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마음껏 비웃었지만 사실 나는 책을 덮으며 어쩌면 조지 오웰의 펜 끝은 또 다른 영역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라는 마치 음모론의 한 조각과 같이 섬찟한 나만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조지 오웰이 살던 20세기초 영국 사회인들 어디 제대로 된 사회였겠는가? 영국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과 같은 비인도적 정책들은 아마 조지 오웰에게 있어서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또 다른 걸작인 <1984>를 보기만해도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 뚜렷이 인식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전체적인 작가 정신의 근저는 우리 사회 아니 인류 문명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계급주의의 망령에 대한 혐오이며 우려이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어차피 그가 추구했던 민주적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아니면 그에 반해 훌륭하다고 말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또한 차악일 뿐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가진 극심한 빈부 격차와 연일 계속되는 탐욕으로 점철된 기득권층의 갑질로서 증명된다. 조지 오웰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직시했고, 그렇기에 <1984>를 비롯해 그의 책 <동물농장>은 그의 문학적 천재성이 여실이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힘 가진 자들이 힘없는 자들의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이 시대의 추악한 모습들이 동물농장의 리더인 수퇘지 나폴레옹과 그를 따르는 돼지들의 행태와 교묘하게 오버랩되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한권의 소설이 가져다 주는 재미와 씁쓸한 교훈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조지 오웰의 시대를 읽는 혜안의 탁월함이 그대로 녹아져있는 소설 <동물농장>은 분명 조지 오웰이 살았던 20세기 초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정치풍자와 우화의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그 안에서 타락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인간 본성의 역겨움을 발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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