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신학 - 영원한 것을 보여 주는 일시적 결혼
존 파이퍼 지음, 이은이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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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를 통해 모 기독교 방송사에서 교계의 목회자 한분을 초대해서 현대 사회 속에서 만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과 일종의 신앙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듣는 솔루션 프로그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본 영상의 그날 주제는 바로 '그리스도인의 이혼' 에 관한 문제였고, 일종의 정답(?)을 제시해주는 목사님의 이혼에 관한 성경적(?)해석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영상을 통해 목사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이혼은 합당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잘못된 결혼으로 고통받기를 원하지 않으시기에 우리는 아무 거리낌없이 이혼을 선택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펼쳐가셨다. 어찌나 말씀을 조리있게 잘하시든지 정말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러나 다 듣고 난 후 뭔가 모를 그 찝찝함은 지울 수가 없다. 한명의 신자로서 나는 이러한 예민한 주제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당장 관련 도서를 찾았고, 본서를 집어들었다.

존 파이퍼...복음주의권에서는 워낙 유명한 목회자가 자신의 40년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성경에서 길어 올린 결혼에 관한 기막힌 책이다. 존 파이퍼 목사는 이 책에서 결혼에 대한 진정한 성경적 정의를 깊은 신학적 통찰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낸다. 성경이 성경 자체의 진리를 변증하듯 이 탁월한 목회자가 말하는 결혼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서평의 서두에서 언급한 그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신자의 이혼을 마치 하자있는 물건을 마트 고객센터에 가서 환불처리하는 일 만큼이나 손쉬운 일로 치부해버리는 그 목사님의 세상 편한 답변에 대해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말씀은 아무나 전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존 파이퍼는 본서에서 결혼의 궁극적 목적과 가장 고상한 의미에 대해 신랑되신 그리스도와 신부된 교회의 언약 관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의 주된 의미는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 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한다. 결혼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진리와 예수님이 자기 백성과 관계 맺으시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복음의 영광을 실제 삶에서 나타내는 것이며 복음의 실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즉, 결혼의 가치가 싸구려로 취급되는 세상 속에서 신자의 결혼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듯 결혼이라는 고귀하고 성결된 가치를 세상 속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결혼의 핵심이며 목적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성경에 나와있는 수 많은 결혼과 관련된 성경의 증언을 토대로 결혼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결혼과 언약의 관계, 결혼과 그리스도와 교회의 모형, 결혼과 남편의 역할, 아내의 역할, 결혼과 성, 출산, 자녀양육, 독신, 이혼과 재혼까지 신자가 궁금해하는 바르고 성경적인 결혼관에 대한 내용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특별히 신자의 이혼, 재혼과 같은 문제는 현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소위 핫이슈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제시받지 못하는 신자들은 혼란스러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두의 방송에 나온 목사님처럼 불행한 결혼, 질질 끌 필요없이 그냥 속 편하게 이혼하고 새출발하라고 말하는 분도 계실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의 진정한 성경적 의미를 배우게 된다면 그러한 답변이 목회자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얼마나 편의주의적이고 무책임한 답임을 알게 된다.

저자 존 파이퍼는 이혼에 대해서 성경은 단호하게 No! 라고 이야기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성경의 수 많은 구절을 증거로 제시한다. 예외는 없다! 원칙적으로 성경은 신자의 이혼을 금한다! 그러나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과 용서를 베푸시는 그 한량없는 은혜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이혼을 금하시지만 죄성으로 가득한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이혼을 행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죽기까지 사랑하시듯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은혜는 기어이 이혼을 강행한 사람들이 참으로 자신의 죄와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하나님 앞으로 나올 때 조건없이 베풀어진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언약적 헌신을 세상 속에 참된 실제로 보여줘야하는 거룩한 소명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졌지만 하나님은 교회 된 우리와의 영적 결혼 언약을 결코 파기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끝까지 인내하며 품으신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복음이다!

결혼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결합, 출산과 자녀 양육의 문제, 독신자들에 대한 이해, 재혼의 문제 등 너무나 궁금했던 이슈들을 바른 성경적 관점으로 하나하나 조목조목 풀어가는 존 파이퍼 목사의 내공이 느껴지는 저작이다. 40년을 한결같이 한 여자의 아내로 다섯 아이(1명은 입양)의 아빠로서 그리고 한 지역 교회의 훌륭한 목회자로서 살아낸 그의 삶 자체가 자신이 저작을 통해 풀어내는 내용의 진실성을 투명하게 뒷받침해준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결혼과 연관시키는 전통적인 성경 해석 방법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발전시켜서 결혼 관계 안에서 다루어지는 세부적인 하위 주제들까지 접근하는 그의 통찰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당시 미국 가정의 10쌍 중 4쌍이 이혼을 함으로서 가정이 깨어졌다. 개인주의와 실용주의가 대세로 여겨지는 한국은 어떠한가?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가정이 웰 피니쉬하지 못하고 중도에 가정을 깨버린다. 우리의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기껏해야 80이면 우리 모두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릴 이 짧은 인생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이룬 결혼과 가정의 가치 또한 영원하지 않다. 영원한 것은 오직 우리의 코에서 생기가 끊어지는 그날 이후 펼쳐질 영원한 실재인 하나님의 나라 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책의 부제를 통해 '영원한 것을 보여 주는 일시적 결혼' 이라고 우리의 결혼을 정의 내린다. 현재 우리의 결혼 생활이 죽을만큼 힘든가? 신혼의 낭만이 없는가? 죽지 못해 사는가? 조금만 있으면 다 끝난다. 언약적 헌신의 위대한 청사진을 우리의 삶과 결혼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영광스런 기회를 경솔하게 차 버리는 우를 범하지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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