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도 배우는 특별한 스피치 수업 - 국내 1호 표현력 전문가의 자존감을 올리는 스피치
오창균 지음 / 북스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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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한국에서도 개봉된 <킹스 스피치> 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영국의 국왕 조지 6세는 다른 모든 조건은 완벽한 훈남이었지만 유독 그에게 있어 하나의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가 대중 앞에만 서면 말더듬이가 되어버린다는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자신들의 국왕이 대국민 담화 등을 발표할 때 자신감을 상실한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말까지 더듬으니 이처럼 난감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명확하고 힘찬 어조로 전쟁 가운데 있는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고, 합심하여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자고 외쳐야 하는 상황에서 '덜덜덜' 떨며 말을 더듬으니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었겠는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왕의 아내는 괴짜 언어치료사를 통해 남편의 멀더듬증과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시작하는데...

영화의 이야기로 서평의 서두를 시작한 것은 오늘 소개하기 위해 가지고 온 책이 바로 이와 같은 스피치에 관한 가이드북이며 솔루션북이기에 그렇다. 누구나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과 같이 허물없고 편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공식적인 대중들 앞에서 아니 작은 소그룹 앞에서도 소위 멍석을 깔아주고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대부분 불편해하고,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두에서 말한 영국 국왕 조지 6세가 보인 그 정도의 극심한 패닉과 같은 공포심은 아니지만 남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적 정황 속에서 자라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본서는 바로 이와 같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코치해주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뉜다. 전체적으로 스피치는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고 노출되는 도구로서 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좋은 스피치가 나오느냐 아니면 그렇지 못한 스피치가 나오느냐가 결정된다. 또한 자존감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과 무대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우리는 좋은 스피치를 행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3장에서는 시선처리, 가르치려는 마음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유머와 소통과 같이 화자가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실제적 이야기들이 조언되어진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좋은 스피치는 전달하려는 사실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같이 하기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부드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같은 사실을 전달해도 이야기가 있는 스피치는 청중들의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고, 강의의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전달기법이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내용이다. 요즘 대기업은 구태의연한 스펙보다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인재를 더 선호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만이 경험한 개성넘치는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서 그것을 청중들에게 전달할 때 그것만큼 파워풀한 스피치도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무대 앞에 서면 불안하고 두려운 사람들에게 저자가 조언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대에 서서 이야기를 할 때 10명의 청중들 중 6명은 평범하게 잘 들을 것이고, 2명은 매우 좋아할 것이며 나머지 2명은 다른 행동을 하거나 심지어는 나의 이야기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실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이야기를 10명 모두가 100% 환영하고 좋아하며 강의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모두가 엄지를 치켜 세워주리라는 기대는 우리를 무대에 대한 공포와 염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그냥 어느 정도의 인원은 내 이야기를 원천적으로 싫어하고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를 속시원하게 깔고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내 할말을 다하고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이것을 스피치 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삶의 무대에서도 당당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이며 자세라고 말한다. 그렇다! 세상에 어찌 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겠는가? 내가 아무리 예쁜짓을 해도 그냥 내 존재 자체에 대해 밥 맛 없어하는 사람은 어딜가나 반드시 있다. 사실과 현실을 인지하고 인정할 때 더 큰 자유함이 주어진다. 그렇기에 대중 스피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독 유교 문화권 안에서 살아온 우리네 한국인들의 모습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대중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혹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잘난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에 우리는 대중 연설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소그룹 모임에서 조차도 쉽사리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민족이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마치 겸손과 겸양의 자세를 가진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 마냥...

몇일 전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교육 세미나가 열려서 참석한 적이 있다. 강사분께서 몇가지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시는 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마치 잔뜩 화가난 사람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을 시전했다. 자신감 결여로 인해 작은 피드백조차도 사양한 채 조용히 있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강사분은 아마 엄청 답답했을 것이다. 계속 본인이 묻고 잠시 후 본인이 답을 말했으니...

이렇듯 우리는 남 앞에서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말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회속에서 겸손이 미덕인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와 같은 책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은 아닐까? 어린시절부터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께 얼토당토한 질문 세례를 쏟아내는 북유럽이나 서구 선진국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콩나무 시루같은 교실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질문은 꾹꾹 눌러 놓은 채 일방적 원웨이 주입식 교육에 세뇌된 창의력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세대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고착화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사람들 앞에서 대중 연설을 해야하는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작은 소그룹 아니면 인대인(人對人)의 만남 속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과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본서는 훌륭한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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