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 버스.자전거.도보로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정은주 지음 / 길벗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하와이 보다도 아름다운 곳이 제주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주관적 평가이기에 100% 동의할 수 없지만 필경 제주도는 국내 최고의 휴양지요 관광지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제주도는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같은 국내이지만 마치 외국과 같은 느낌과 함께 한번 방문하려면 시간과 재정을 준비해서 떠나야 하는 일종의 해외여행과 같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블로거들이 올려놓은 포스팅을 보며 숙박과 맛집, 관광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여행했던 많은 블로거들의 포스팅은 정말 유용한 정보로 가득하다. 맛집과 여행코스, 숙박 정보까지 자세하게 기술된 포스팅도 제법 많아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도 포스팅은 블로거의 주관적인 느낌과 포스팅 내용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2% 아쉬운 제주도 여행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책 한권이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하는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이다. 제목부터가 참 도전적이지 않은가? 차 없이 제주도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이게 가능한 말인가? 십여년 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제주살이를 하다 온 나의 체험상 제주도는 작은 경차라도 한대 있지 않으면 사실 돌아다니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경험이 이 책을 더 읽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차 한대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누비면서 신나게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차가 없는 뚜벅이 + 대중교통으로 제주도 곳곳을 여행한다는 이 기가막히면서도 은근히 설레는 여행 가이드북의 신선한 제목을 뒤로하고 책장을 넘긴다.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버스, 자전거, 도보로 여행하는 제주도에 대한 가이드를 파트별로 나눈다. 책의 초반부는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서론격으로 테마로 알아보는 제주 여행에 관한 정보가 빼곡하다. 책방, 플리마켓, 먹거리 맛집 등 제주도에서 맛보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총체를 테마별로 나누어 소개하는 제주 여행에 관한 내용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용한 정보이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우선 버스를 이용한 제주 여행 가이드의 내용이 펼쳐진다. 제주도의 2대 도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가볼만한 장소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로 구분하여 방문할 수 있는 여행코스로 나누어 안내한다.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제주도의 모든 버스 노선에 대한 정보를 수록했다는 점이다. 버스 번호와 노선도, 여행 동선 짜기, 숙소 정하기와 같은 여행의 일반적인 준비부터 각 코스별 이동 방법과 각 코스별 방문해야하는 행선지에 관한 정보가 지도, 사진과 함께 매우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음으로 처음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이라 할 지라도 본서 한권만 손에 들고 다니면 크게 겁먹을 이유가 없을 듯 하다.

저자의 세심함과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은 각 여행 코스에서 여행객이 관광을 하고 그 주변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만한 맛집까지 발굴하여 소개한다는 깨알같은 배려와 살가운 기획력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멋진 관광지를 찾아갔다 한들 그 주변에서 식사를 하려고 할 때 사전 정보가 없어서 무엇을 먹어야 할 지 길에서 고민을 해본 한두번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러한 책의 구성은 정말 박수 쳐줄만하다 여겨진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자전거로 제주도를 여행하고자 계획하는 바이크족들을 위한 매우 유용한 정보가 한가득이다. 우선 제주환상자전거 10코스를 제주 지도에 표기함으로서 한눈에 자전거 여행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북제주 용두암에서 출발하여 서쪽 방향 즉 애월읍 쪽으로 이어지는 소위 제주도 해안가를 따라서 이동하는 자전거 경로를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장마다 역시 볼거리와 먹거리 맛집 소개 또한 빼놓지 않고 수록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먼저 육지에서 내 자전거를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것인가부터 코스 짜기와 준비사항, 안전수칙까지 완벽하게 기술된 내용은 실제로 자전거를 이용하여 여행하는 제주도의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리라 본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도보로 여행하는 제주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제주도 도보 여행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올레길 코스이다. 현재 올레길은 21개의 정규 코스가 조성되었다고 하니 정말 마음 먹고 21개의 모든 코스를 다 방문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또한 본서는 올레길 뿐 아니라 지질트레일, 한라산 둘레길, 섬마을 골목길까지 제주도 구석 구석의 그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경과 소소한 삶의 터전으로서의 제주도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전 페이지 선명한 칼라 편집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절경을 책 속에 그대로 담아놨기에 독자는 책장을 넘기며 마음은 벌써 제주도에 가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이게 될 수도 있다. 책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깨알같은 정보들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전부 수록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만하다. 다른 제주도 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을 접해본 적이 없기에 이보다 더 자세하고 상세하게 제주도에 관한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볼 때는 이것 이상으로 얼마나 더 제주도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담아낼 수 있을까 반문해본다. 그만큼 저자의 세심한 구성과 출판사의 기획력은 놀랍기만 하다.

여행객이 굳이 심미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며 한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예술 작품이다. 그러나 살고 왔다고도 말하기 부끄럽지만 잠간의 시간을 그곳에서 객으로서 빌붙었던 사람의 근시안적 견해로 볼 때 제주도는 모든 이들에게 2가지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제주도 원주민들의 시각에서 육지것들이라 불리는 관광객들에게 있어서 제주도는 천혜의 신비를 간직한 숨막히게 아름다운 공간 그 자체이다. 시간을 내고, 돈을 모아 여행 계획을 세워 소위 힐링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내어준다. 깍아지른 듯한 주상절리와 방파제에 와 닿으며 부서지는 새하얀 파도와 이내 사라지는 물거품, 가슴이 열리는 성산 일출봉의 말할 수 없는 장관,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아무도 밟지 않은 해변가 모래 사장을 보고 있노라면 위대한 대자연 앞에 일종의 경외심을 느끼며 우리의 때묻은 영혼은 잠시나마 쉼을 누린다.

그러나 제주도의 또 하나의 얼굴은 바로 그곳을 터 삼아 삶이라는 현실적이고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다. 누군가에게는 마음 먹고 계획을 세워야지만 겨우 1년에 한번 내려갈 수 있을만한 영원한 이국의 장소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여느 사람들과 동일하게 여전히 먹고 살아가야만 하는 땀 냄새나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진짜 제주도의 참모습은 숨막히는 장관에 감탄하고, 유명 맛집에서 식사를 한 후 제주도를 전부 알았다고 여기며 돌아가는 일시적 여행 속에서는 손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제주도 깡촌 마을의 그 고즈넉한 돌담길이 간직한 세월의 흔적과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불어와 얼굴을 때리는 그 비릿한 바다내음의 기억을 더듬을 때에야 비로소 제주도의 참모습을 조금은 맛보았다고 겸손히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본서는 영원한 타자로서 여행객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제주도의 첫번째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는 안성맞춤으로 기획된 책이다. 누군가는 그동안 잘 살아왔어! 정말 열심히 달려왔구나! 그러니 이제 좀 내가 베푸는 자연의 시혜를 누리며 쉼을 누리라는 제주도가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숨결을 본서를 통해 더 잘 캐치해내었으면 좋겠다. 이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많은 이들이 해외로의 휴가를 계획한다. 또한 제주도로의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올 여름 제주도로의 쉼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연 이 책을 가방 속에 넣고 출발하기를 권한다. 어차피 제주도의 두번째 얼굴은 우리 같은 타자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본서와 같이 제주도가 우리에게 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힐링의 메시지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에 더할나위 없이 충분한 본서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번 여름 제주도 여행을 위한 가장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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