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A to Z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해란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받는 애완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개와 고양이일 것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 가운데서 개와 고양이는 인간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며 사랑을 받아왔던 동물들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개와 고양이는 동물이라기 보다는 인간에게 있어서 마치 가족과 같은 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는 대상일 수 있다. 이번에 현대지성을 통해서 만나게 된 책 <고양이처럼>은 이렇게 인간에게 있어서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인 '고양이'를 모티브로하여 쓰여진 작은 에세이집이다.

고양이의 생태와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일본인 저자 '나카무라 구니오'는 영상 디렉터이자 북카페의 주인이라는 톡특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고양이라는 인간과 친숙한 대상을 통해 사람들 또한 한낱 미물이라고 여기는 동물들을 통해서도 인생의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리스트업이다. 알파벳 A부터 Z까지의 이니셜 순서대로 고양이가 가진 특징들을 매우 섬세한 시각으로 캐치하여 인간이 사회 생활 속에서 억압받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흥미롭게 대입시킨다. 보통 인생을 살면서 해야할 일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고, 인간사 자체가 무엇인가를 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만이 생산적인 활동으로 여겨지기에 사람들은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해야할 일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악다구니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본서는 이러한 삶을 바라보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을 뒤집는 명제를 제시하니 그것이 바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강조다.

책의 내용 가운데 몇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해본다.

C Claw-발톱 : 때로는 발톱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배를 오랜동안 살살 문질러주면 별안간 발톱을 세우고 펀치를 날린다고 한다.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기에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기분은 좋지만 이제 적당히 하라! 는 의미란다. 고양이의 습성은 적당한 거리감을 요구한다. 저자는 무엇이든 앞뒤 가리지 않고 떠맡지 않는 것을 '고양이식 생각법' 이라고 말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나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는가? 거절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책장 넘기기를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놈의 체면, 예의범절,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주어야지만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빈약한 자존감, 거절하지 않아야지만 착한 사람이라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 이러한 모든 것이 나로 하여금 발톱 세우기를 주저하도록 만든 원흉이다. 이제 좀 나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니 나쁜게 아니라 내 자신을 먼저 돌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런지?

H Honor-명예 : 명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명예보다는 자유를 선택하여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거절함으로서 일본의 문화훈장을 거절한 고양이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는 생전 그 자신이 사랑했던 고양이와 같은 인생을 산 인물이다. 사람들의 주목보다는 눈치보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것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겼던 그의 삶은 마치 따뜻한 봄볕을 쐬며 마당 장독대 한켠에서 꿀맛같은 낮잠을 통해 세상 편한 듯 삶을 즐기는 고양이의 모습 그대로다. 사람들의 관심과 박수갈채에 열병난 세대, 명예와 명성에 갈급해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싶어하여 미친듯이 몸부림치는 내면이 공허한 사람들의 병적행태들은 그 흔한 SNS만 들어가봐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사람들에게 관심받기를 병적으로 갈망하는 세대에 대한 비하로 '관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까? 씁쓸하다. 왜냐하면 나 또한 어느 정도 그러한 관종의 병적 요소를 가진 사람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그런가보다.

Y Yesterday-어제 : 어제 일에도 내일 일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사흘이면 은혜를 잊는다" 고 한다. 그만큼 고양이는 망각의 동물이다. 개는 주인에 대한 기억을 가짐으로서 충직함을 대표하지만 고양이는 주인도 몰라본다는 이야기가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의 논지는 그게 아니다. 저자가 본 chapter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주제는 바로 잊어버림을 통한 자유함이다. 인간만큼 어제와 오늘 내일에 집착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관계와 사랑에 집착하고, 재물과 명예와 커리어, 권력에 집착하고, 쾌락에 집착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집착은 자신 스스로를 억압하고 속박하는 하나의 굴레다. 집착하게 될 때 우리에게는 자유가 없다. 삶이 힘들다라고 입버릇처럼 내밷지만 그러한 말을 습관적으로 내밷기에 앞서 나의 삶에서 잊어버리지 못하고 붙잡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것은 없는지 정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양이라는 그 흔한 존재를 통한 작은 에세이집 한권이 의외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만드는 상념의 시간으로 인도한다. 결국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단 하나의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고양이와 같이 욕심을 내려놓고 자유함을 누리라는 것! 문제는 하나라도 더 가져야만하고, 내 이름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관심과 명성을 얻어야하는 등의 욕심의 주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러한 욕심들은 나 자신을 나 자신답게 살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유일한 장애로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그 달콤함 속에 자신의 몸이 비대해져가는 줄도 모르고 침식되어만 간다.

보너스로 책의 뒷편에 실린 고양이를 주제로 한 네코멘터리 소설 <네코토피아:고양이 낙원 만드는 법>은 저자가 북카페를 시작함에 있어서 경험한 기묘한 이야기를 짧막한 소설로 엮은 것이다. 독자는 고양이를 통해 영감을 얻고 고양이를 주제로 북카페를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그가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것을 통해 마침내는 자신의 삶의 모양까지 디자인했을 정도로 고양이에 푹 빠진 사람인지를 간접적으로 알게끔 만든다. 인간은 생각하는 고양이로소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 속에서 오늘부터 주변의 고양이들을 만나면 조금은 주의깊게 관찰하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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