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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콘서트 (개정증보판) -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천문학 이야기
이광식 지음 / 더숲 / 2018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 청평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에 쏟아질 듯 박혀 있는 별들의 모습에 감탄을 마지못했던 오랜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도 그렇고 당시도 산업화에 따른 공해로 인해 도시의 밤 하늘에서는 별빛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기에 서울 근교로 나갔을 때 마주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별빛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런데 나의 기억 속에는 당시 나보다 몇살 더 많았던 형들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고 남아있다. "너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 별빛이 저 별에서 언제 출발한 건지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물음 앞에 돌아오는 대답은 실제로 믿기지 않는 거짓말같은 이야기였다. 우리의 육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적어도 1000년 전에 저 별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즉 서기 900~1000년, 한반도는 통일신라 시대였고, 그 때 당시에 출발한 별빛이 지금의 우리에게 도달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린 내게 우주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광대하고 광활한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관심은 그 후 일상의 삶에 치여 밤 하늘 한번 쳐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와 함께 사라져버린 지 오래이다. 이러한 가운데 만나게 된 본서는 내게 그 어린 시절 작은 마음 안에 심겨진 우주에 대한 신비와 잊혀진 관심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천문학'하면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학문이며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소수의 전문적인 천문학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베일에 싸여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는 천문학을 나와 같은 범인들에게 그 놀랍고 화려한 천문학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쓰여진 교양 천문학 도서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본서를 통해 천문학의 기원, 역사, 평생을 바쳐 우주를 연구했던 수 많은 천문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고대 사람들의 세계관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뒤엎는 지동설의 주창자 코페르니쿠스, 그 이후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허블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굵직한 이름의 천문학자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금 덜 알려져 있지만 그들의 천문학적 업적은 위에 거론한 인물들에 버금갈 정도로 탁월한 연구결과를 얻어냈던 많은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천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훝어볼 수 있도록 돕는다.
교양 천문학 도서답게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수준으로 읽다보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구와 우주에 대한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지적 유산들을 얻어갈 수 있는 유익함이 있다.
광활하고 광대한 태양계와 은하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노라면 한정된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고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크기에 숨이 막힐 것 같다. 138억년 전 태어난 이 우주의 나이는 계산하는 것 조차 버거운 숫자의 나열이며 우리에게 아침마다 따뜻한 햇살을 선사하는 우리의 태양은 우리 은하의 4천억개 별들 중 하나인 보통의 별이라는 사실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태양계 속에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가 속해 있으며 이러한 태양계를 품고 있는 은하계만도 온 우주에 2천억개가 넘는다고 하니 더 이상 우주에 대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렇듯 우주의 광대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이렇게 광활한 우주 속에 우리 지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과 같은 행성이며 그 행성 속에서 70억 인구가 오밀조밀 모여 티격태격하며 하루하루를 살다가는 것이니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우주의 연대를 우주의 탄생부터 우주의 종말까지 연대기순으로 나열한 연대기표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연대기를 작성해놓았기에 완독을 하며 이 부분은 그냥 스킵할까도 생각했지만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그 작은 글씨들을 전부 읽어내려가며 깊은 상념에 젖는다.
138억년 전 극도의 온도와 밀도를 가진 '원시의 알'이라 불리는 입자가 소위 말하는 빅뱅, 대폭발을 일으킴으로서 우주의 공간과 시간이 형성되었다. 그 이후 우주와 인류의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이 끊임없이 굴러가며 현재에 이르렀고, 10의 108승년 후(솔직히 계산하는 것 조차 버겁다)에 우주는 그 생명을 다하고 광막한 공간 속으로 사라져버리며 동시에 시간종료.
물론 그 한참 전에 모든 인류와 생명체는 종말을 맞이하고, 영원할 것 같은 태양 또한 60억년 후에는 그 수명을 다한다. 영겁의 시간의 연속. 이러한 광활한 우주 속에서 존재 자체도 생각할 수 없는 인류는 오늘도 끊임없이 경쟁하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미워하고, 죽고 죽이는 야만의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다. 남보다 더 가져야 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하며 더 밟고 올라서야만 직성이 풀리는 탐욕과 욕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 세상 속에서 우주를 사색할 때 독자는 단 하나의 감정으로 귀결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겸손의 마음이다.
우주와 조물주 절대자 앞에서의 겸손함, 그것은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고 아둥바둥 다투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매우 귀중한 삶의 태도이며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억겁의 시간 속 100년도 못살고 우주의 티끌로 사라져버리는 덧없는 인생 속에서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며 이 짧은 인생의 한막을 살다가는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을 품고 사랑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은 우주가 우리에게 베푸는 귀한 가르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