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어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평점 :

본서는 기원전 551년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에서 태어난 고대 중국의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인간관계의 기본과 정치, 사회, 경제, 군사, 도덕, 문화와 관련된 제반 모든 분야에 관한 인과 예에 관한 그의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 담론을 집대성해놓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공자의 <논어>는 세월과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행동규범의 근간을 이루는 최고의 규범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본서는 동양 사유 체계의 기본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세월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내용 구성을 잠시 살펴보면 20편의 그리 길지 않은 언문들이 마치 단편집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제자들간의 대화, 공자와 당시 사람들과의 대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논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많지만 실제로 책을 펴고 접해본 적은 드물다. 그 이유는 마치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에 내용도 매우 어렵고 난해할 것이다라는 오해가 <논어>를 선뜻 집어들지 못하게 한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논어>를 만나고 그러한 걱정이 한낮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 자체가 누구나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격언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갖추고 있어야 할 인과 예의 근본을 가르쳐주기에 본서는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할 수 있는 매력이 다분하다.
공자가 <논어>를 통해서 강조하는 주된 메시지는 바로 인(仁)이다. 인은 바로 인간 관계의 핵심을 한단어로 압축시켜놓은 말로서 우리가 흔히 아는 군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의 근본이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친구와 친구와의 관계 등 이 땅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원칙으로서 바른 관계와 언행을 위한 지침이다. 이는 곧 올바른 인의 실천은 예(禮)로서 표현되어지고 이루어진다.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학창시절 배운 유교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렇다. <논어>는 바로 유가 사상의 근본이며 공자의 사상을 집대성한 유교의 철학과 사유체계의 바이블이라 칭할 수 있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이해하지)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이해하지)못함을 걱정해야 한다."p30
"젊은이들을 경외해야 할 것이니 어찌 그들의 내일이 지금 사람들을 따라오지 못하다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p175
"서(恕)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강제하지 말라" p304
"여러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p306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으면, 이야말로 가장 큰 허물이다" p306
책을 읽으며 본서에 나오는 수 많은 격언들 가운데 인상 깊었던 몇개의 경구를 적어보았다. 역지사지의 마음이 단 한구절에도 매우 명확하게 등장하며 젋음이들을 하대하지 않는 공자의 겸손함과 스스로를 끊임없이 반성하며 성찰했던 공자의 인품과 인격이 드러나는 글들이다. 이외에도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주옥같은 격언들이 책장마다 가득하다.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 스승에 대한 존경과 예우, 친구와 친구간의 신의, 힘없는 민초들에 대한 애민의 마음(다산 정약용이 생각났다)까지 이 한권에 공자의 모든 철학과 사상이 마치 한권의 요약본을 보는 듯 잘 집약되어 있기에 <논어>의 가치는 2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귀하게 다가온다.
공자가 살았던 당시는 중국의 춘추시대로서 다양한 나라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키고 설켜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끄럽고 어지러운 난세였다. 이러한 때에 태어난 공자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이처럼 어지러운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인과 예의 근본을 사람들에게 가르침으로 세상을 화평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공자의 사상은 현실 정치와는 동떨어져보였으며 실제로 공자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여 그 뜻을 펼칠 수 있었던 기회는 드물었다.
비록 그의 사상과 철학이 당시 난세를 극복하는 데에 사상적 토양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분명 그의 가르침은 공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과 모양으로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자 사후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수 많은 제자들이 현실 정치의 무대에 들어갔으며 우리가 본 바와 같이 그의 가르침은 <논어>와 같은 역사적 저작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위대한 인류의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며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마치 인과 예가 하나도 남지 않고 실종된 듯한 이 천인공노할 세상 속에서 과연 실종된 인간 본성의 회복은 이루어질 것인가? 인간과 인간의 기본적인 관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깨어져 버리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정녕 요원해보인다. 그렇기에 시기와 탐욕으로 점철되어 어그러지고 결렬된 인간 관계 가운데 필요한 것은 바로 공자가 말하는 인과 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서로를 부모와 형제처럼 사랑과 공경, 신의로서 대하며 여기는 근본적인 마음의 자세가 회복될 때 우리는 이 가치관 부재와 혼돈의 짐승같은 세상 속에서 다시 한번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논어>를 통해 고전의 숲에서 2500년 전 제자들을 앉혀놓고 자신의 가르침을 인자한 미소와 더불어 냉철한 통찰로 설파했던 공자 선생의 가르침을 직접 그의 목소리로 직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