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고수 화성학 1 : 악보 보는 법 무림고수 화성학 1
임광빈 지음, 배민기 그림 / 페이퍼타이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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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도합 12년간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에서 음악 수업을 받은 사람들 대다수를 차지하리라 생각된다. 어줍잖게 귀동냥으로 들은 음악 이론과 개념들은 정리되지 않은채로 머릿 속에서 파편화되어 떠다니는 것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면서 몇해 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기타를 독학해보겠다고 거금을 들여 기타와 기타 교본을 사고서는 입문(?)아닌 입문을 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기타교본에서 알려주는 소위 음악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교본에서 말하는 이론 지식이 전부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로 들리는 난감한 벽에 부딪치게 된 현실을 만나게 되었다. 쓰라린 실패감을 가슴에 안고 기타와 교본을 처분한 후 한동안 음악 이론에 대한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는 와중에 본서를 알게 되었고 책을 펼쳐든 순간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기쁨과 환희를 맛보게 되었다면 과언일까?

내가 찾던 바로 그 음악이론 책! 완전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소위 까막눈 완전 음악 초급자들의 입문용 음악 교재로서 본서는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기존의 많은 음악이론을 다룬 화성학 교재들의 문제는 아무리 초급용이라고 해도 아주 상세하게 완전 기초부터 설명하지는 않는다. 12년의 공교육 가운데서 음악 수업을 받았을 사람들이기에 이 정도 수준은 알겠지! 하고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진짜 생초보들은 막상 기초 교본이라고 펴보았지만 그러한 저자들의 일방적인 학습 전개에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게 된다. "나 정말 모른다고! 제발 좀 그냥 완전 처음부터설명해주면 안되겠냐고!!!"

그러나 본서는 다르다. 본서는 그야말로 당신이 태어나서 음악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해본 사람으로 간주하고 시작한다. 그렇기에 엄마가 어린 아기에게 이유식을 떠먹여주듯이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레미파솔라시도' 부터 가르쳐준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이 교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책의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무림 고수가 되기 위해 주인공이 괴팍하지만 전설적인 무공을 지닌 스승에게 그의 도제가 되어 무술이 아닌 음악을 전수 받는다는 스토리를 재미있는 무림 삽화가 곁들여진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아무리 초급 이론이라고 해도 어떠한 학문이든지 이론은 어느 순간 따분하고 지겨워지는 것이 사실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가 명절에 즐겨보던 성룡, 홍금보 등이 등장하던 중국 무술 영화의 스토리를 벤치마킹해서 기초 화성학 책에 적절히 믹스하여 접목시키는 탁월한 선택을 시도했고, 그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 자칫 지루해질 때쯤이면 흥미로운 삽화와 승급심사라는 앞에서 배웠던 단계의 문제풀기 과정들을 삽입하여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음악 수업을 끈기있게 따라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책은 1장과 2장에서 그야말로 음악이론의 완전 기초적인 지식들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3장부터는 1, 2장에서 배운 기초지식을 토대로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더 진일보한 음악 지식 가운데 하나인 음정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다. 나 또한 1장과 2장에서 다룬 음표와 쉼표, 박자 등의 개념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쉽게 따라갈 수 있었지만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1인으로서 3장 음정에서는 이해력이 떨어지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확 줄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워낙 상세하고 친절하게 어려운 내용들을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내용을 반복해서 차근차근 아주 천천히 곱씹고 음미할 때 차츰 그 난해한 음정, 조표와 같은 문제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며 이해될 때의 그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본서를 완독하고나니 그동안 머릿 속에서 서로 뒤엉키고 조각 조각 찢어져서 둥둥 떠다니던 음악 기초 이론들이 제자리를 잡아감을 느낀다. 기본적인 음악 지식들을 든든하게 세우고 그 위에 이제 조금더 본격적인 지식들을 세워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 여겨진다.

요즘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찾아가서 드럼 레슨을 받고 있다. 그러나 드럼과 같은 타악기 레슨에서는 음악 화성학 이론을 가르쳐주시지는 않는다. 정말 몰라서 그때 그때 물어보면 알려주시기는 하지만 악기 자체를 배우기도 바쁜데 음악 이론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그런것은 전부 알고 왔으리라 생각하신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 같은 음악 비전공자들에게는 흐린 하늘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선사해준다.

본서는 제목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무림고수 화성학 1권이다. 즉, 조만간 2권이 나온다는 뜻이다. 2권이 기다려지는 책은 흥미로운 소설책 이후에 처음이다. 또한 음악 비전공자, 취미생들에게 이 책이 기초 화성학의 바이블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리라 기대하게 된다. 더불어 내 서가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두고두고 보게 될 '무림고수 화성학1'과의 만남은 내게는 행운 그 자체이다. 서평을 통해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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