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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ㅣ 우리 아기 첫 그림책 3
이시즈 치히로 지음, 쿠와자와 유우코 그림 / 엄마들이만드는책 / 2018년 5월
평점 :

본서는 돐 전후의 아기들을 위한 예쁜 그림책이다. 상황별로 5권으로 분책되어 출판되었는데 그 중 '잘자'라는 주제의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돐 전후의 아기들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 책은 아기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면에서 무엇인가 특별한 면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시청각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은 감성을 개발시켜주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는데 본서는 바로 이와 같은 요소 중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정성스러운 태교로 아기들은 정서가 안정화되고 엄마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환영받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이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존재의 인정과 따뜻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렇게 10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처음 만나게 되는 부모와 세상에서 다시 한 번 낯설음을 느끼지만 이내 엄마와의 교감을 기억하며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서 환영받게 된다. 이러한 돐 전후 영유아 시기를 지날 때에 본서와 같은 짧막하고 간결한 그림 메시지는 세상을 처음 접하고,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하는 무렵의 아기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물해줄 수 있으리라본다.
이를 닦는 칫솔, 소리를 내는 장난감 피아노, 각양각색의 장난감 블럭,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에게 '잘자!' 라고 인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 책의 저자들이 얼마나 아기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기들의 눈높이까지 내려와 본서를 집필했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기들은 예쁜 일러스트레이션과 짧막한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학습하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고, 신기하며 따뜻한 곳이라는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선지식을 습득하는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여느 유아책들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의 제작 기획 중 돋보이는 것은 책의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해서 행여 소중한 아기들이 모서리에 다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한 출판 제작자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둘째 아이는 이제 80일을 갓 지나가고 있는 그야말로 백일도 안된 갓난 아기이다. 돐 전후의 아기들이 주 독자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책 소개를 보며 선택을 망설였다. 이제 백일도 안된 아기에게 그림책이라? 실험과 도전 정신을 갖고 아기 앞에서 책을 펼친다. 생전 처음 보는 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두번의 살인미소를 날린다. 그리고 이내 알아들을 수 없는 해독불가의 옹알이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아랑곳 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며 짧막한 메시지를 읽어주고, 그림을 보여줬을 때 아기는 몇번 손으로 책을 툭툭 친다. 뭔가 책과 교감을 나누려는 듯...(나의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혹자는 너무 어린 아기니까 별로 의미없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 고 힐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잠간 언급했듯이 아기들은 메시지로 이해하지 않는다. 아기들은 이성과 지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해한다. 부모가 나와 이렇게 이러한 도구로 교감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그 자체가 아기에게 친밀함과 안정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본서는 돐 전후든지 아니면 이제 갓 태어나 옹알이 하는 수준의 아기들이든지 상관없이 유아 그림책으로서의 역할을 십분 감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한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 아기도 시간이 지나면 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천지개벽을 해도 변함이 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그래서 부모로서 우리는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감흥과 느낌으로 본서를 가지고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와 교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시간 이후 책은 잠시 아기의 서가에서 잠을 자겠지만 내년 이맘때면 아마 아기의 손에서 가장 친근한 친구가 되어 있을 줄 그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