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노래

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세월에 의해 배우고 익혀진 굴곡진 삶의 열매를 한편의 시로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큼 제대로 된시는 없을 것이다. 그냥 입바른 소리, 자신의 생각 속에서 멋드러지게 써내려가는 소위 글 꽤나 쓴다고 하는 사람들의 그런 시 말고, 정말 자신의 삶을 울림통 삼아 존재의 울림을 들려주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집 한권을 만난다.

100명의 어머니들이 쓰고, 김용택 시인이 엮은 본서는 문맹자, 시쳇말로 까막눈이었던 연세 지긋하신 어머니들이 배움의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한글을 배우고, 깨우친 후 그 기쁨과 행복, 때로는 그동안 글을 몰라서 당했던 서러움, 연필 대신 쟁기를 잡으며 공부하지 못했던 아쉬움들을 한데 버무려서 펴낸 한권의 시집이다.

한편 한편의 시들을 읽노라면 딸이기에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공부할 수 없었던 서러움, 글을 모르기에 시집 간 남편에게 무식쟁이라고 구박 받았던 아픔,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손자의 눈을 피해야 했던 진땀 나는 순간들이 독자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는 것과 같은 애절함으로 다가온다. 한편의 시가 적혀 있고, 바로 곧장 김용택 시인이 그 시에 대한 일종의 해제라 볼 수 있는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허심탄회하게 기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시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시에 대해 그리고 어머니 시인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시집의 표지부터 전체 구석 구석에 이르기까지 시집의 느낌이 120% 와닿을 수 있도록 삽입된 금동원 화백의 그림들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어린 시절에는 딸이기에 공부를 할 수 없었고,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공부며 자신의 인생의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해야만 했던 이 땅의 평범한 어머니들의 삶의 노래가 이렇게 진솔함의 모습으로 다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부를 못한 것, 글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움도 아니요 죄는 더욱 더 아니다. 자신이 결코 선택할 수 없었던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견디며 나아가야했던 이 땅의 많은 까막눈 어머니들의 삶을 이 작은 시집 한권이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너무나 부끄러웠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서도 지나치게 게을렀던 나의 지나 온 삶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10개가 있는 환경 속에서 1개가 없어서 불평 불만을 쏟아 내었던 나의 감사가 사라진 짐승같은 탐욕스러움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던 시간이다. 때묻지 않은 어머니들의 마음을 울리는 삶의 노래들을 통해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자!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자! 그리고 세상에 대한 따뜻한 기대감을 포기하지 말자!

본서에서 마음을 때리는 한편의 글귀를 소개하며 리뷰를 맺는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나의 시작은 반이 아니라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