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와 그녀의 꽃들
루피 카우르 지음, 신현림 옮김 / 박하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따뜻한 봄날 독특한 형식의 책 한권을 만났다. 정직하게 말해 시집은 그리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궁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집어들은 본서를 통해서 시집이 가지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다. 여성으로서 느낀 상실과 트라우마, 사랑, 회복에 관한 메시지가 자신이 겪은 아픈 상처에 어우러져 한권의 시집으로 탄생되었다.
시집으로서 운율을 정비한 한권의 운문집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본서는 저자가 성폭력이라는 자신의 아픔을 회복과 사랑으로 승화시킨 전혀 색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독자는 한편의 작품으로 책을 만날뿐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모든 아픔과 슬픔, 고통으로 얼룩진 삶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본서는 시듦, 떨어짐, 뿌리내림, 싹틈, 꽃핌이라는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으로서 당한 끔찍한 성폭력의 충격과 상처, 아픔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을 회복과 치유를 향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며 승화시키는 저자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담담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간결하지만 깊은 메시지와 울림이 느껴지는 담백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저자의 시와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상념에 젖게 한다.
끔찍한 고통과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떨치고 일어나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미투' 가 오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라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구는 이 때에 본서는 매우 시의적절하게 출간된 것 같다. 함부로 침범 받아서는 안되는 인간의 권리, 그것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동일하다.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하며 보호되어야 하는 존엄의 관점이 교묘하게 어그러져 있는 사회 속에 루피 카우르의 '해와 그녀의 꽃들'은 작은 나비짓으로 다가온다.
얼룩진 사랑으로 상처받았기에 사랑에 대한 미움이 싹트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진실된 사랑을 찾기를 갈구하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본서는 오늘도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용기와 위로, 격려로서 다가온다. 그리고 단지 위로와 격려로서 끝나는 것이 아닌 한 단계 더 나은 삶으로의 넉넉한 도약을 꿈꾸도록 돕는다. 더불어 본서는 본능에 대한 이성의 강력한 고발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님으로서 인간 양심에 대해 깊이있게 숙고하며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시집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고,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책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