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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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란스럽다, 지금도 늘 끊이지 않는 시위와 파업.그것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 '불법파업/강경대응'. 참여정부 들어서면 좀 달라질까 했었는데, 너무도 똑같다. 난 다시 이 책을 집어들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설마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나라의 국익을 담보로 불법파업을 하는 것인가하는 혼란속에서. 그러나, 홍세화씨는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파업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최후 선택이고 - 그 어떤 노동자가 무조건 파업을 좋아하나? - 노동 3권의 하나인 단체행동권의 핵심으로서 당연히 보장되어 마땅한 것이다. 오히려 파업 사업장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게 불법이다.'라고. 그가 23년을 살아온 프랑스의 그 화려한(?) 꿈같은 파업및 시위 현장과 그것에 대한 프랑스 정부 및 경찰들의 호위(!!)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조차 않다. 너무나도 머언 이야기이므로.

하지만,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나갈 일자리를 걷어차고 맨주먹으로 길위로 나왔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늘 국민의 불편과 국익에 해가 되는 파업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외쳤지, 파업을 주동하는 노동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난 노동부의 고위 관리 및 대통령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물론, 분명히 남의 나라 그것도 인권과 공화국으로서의 위상이 확고하게 잘 선 나라의 이야기라 거부감이 없지 않겠지만, 최소한 '민주공화국'으로서 그리고 그런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 충심으로 해야할 본연의 입무라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너무 큰 욕심일까?
그렇다면, 이 책을 한국의 시민 - 국민이 아님! - 모두가 반드시 읽고 깊이 느끼고 정말로 살기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정녕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고 고민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실행에 옮겨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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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
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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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는 일반인에게 조금 멀고 낳설다. 단순히 지리적인 거리뿐만이 아니고 문화적인 측면 더더군다나 여자들(!)이 쓴 문학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단편집이라는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은 형식과 긴 제목이 주는 묘한 여운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모든 선입관을 접고 책장을 넘기면 우린 각각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공통된 배경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남미의 현대사를 짓밟은 미 제국주의 그늘 아래서 선혈이 낭자한 삶을 살아간 여인네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치렁치렁한 감정과 넋두리를 배제한 채, 조금은 건조하게까지 느껴지나 여성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깔끔한 구성으로 읽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오고 있다,

비록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녀들은 공통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우리네 삶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늘상 부딪혀 오는 뻑뻑한 일상들로 시간과 생활에 치이다 보면 일탈을 꿈꾸게 된다. 그렇지만, 또 한쪽에서는 그 삶을,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삶을, 지탱하고 끝까지 밀고 나아가며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슷한 근현대사를 겪으며 고통받아온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남미는 멀고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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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루스트 씨
조르주 벨몽 지음, 심민화 옮김 / 시공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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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에서 베토벤은 악성으로 불리운다. 작곡가에겐 치명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아름답고도 위대한 작품을 남긴 그의 치열한 삶 또한 거룩한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우리에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다소 생소하면서 낯선, 그러나 몇몇 이들에겐 몹시도 난해하고도 방대한 작품의 양 때문에 모국어인 프랑스인들조차 통독한 이들이 몇 안 되는 작품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 역시 자신의 고통스러운 질병과 싸우며 수도자와 같은 삶으로 매순간 자신을 채찍질하며 - 거의 단식에 가까운 식사량과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한 수면- 때론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면서까지 이 엄청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그의 삶을 바쳤다.

정말이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삶은 고행자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치열한 삶을 산 작가의 뒤에서는 그를 헌신적으로 따르며 작가의 수발이 되어 그녀 역시 거의 수도자의 생활에 준하는 삶을 살아간 '셀레스트'라는 여인이 있었다. 이 책은 그녀의 구술을 모아 엮은 책이다. 프루스트는 그녀를 감히 자신의 정신적인 반려자이며 정신적 지주라 칭하고, 자신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이해해주고 오로지 글 쓰는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준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녀 또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때 그녀의 삶도 끝났다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한다. - 비록, 그녀는 작가의 기사인 남편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은 그녀가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순간부터, 작가가 죽을 때까지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상이며 그의 유일한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배경 및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다름아닌, 마르셀 프루스트와 그의 주변의 인간 군상과 그들을 통한 그 시대에 대한 냉철한 비판서이며 아름다운 대서사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며 감히, 그 엄청난 양의 작품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에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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