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라틴여성문학소설선집
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남미는 일반인에게 조금 멀고 낳설다. 단순히 지리적인 거리뿐만이 아니고 문화적인 측면 더더군다나 여자들(!)이 쓴 문학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단편집이라는 조금은 부담스럽지 않은 형식과 긴 제목이 주는 묘한 여운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모든 선입관을 접고 책장을 넘기면 우린 각각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공통된 배경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남미의 현대사를 짓밟은 미 제국주의 그늘 아래서 선혈이 낭자한 삶을 살아간 여인네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치렁치렁한 감정과 넋두리를 배제한 채, 조금은 건조하게까지 느껴지나 여성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깔끔한 구성으로 읽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오고 있다,

비록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녀들은 공통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우리네 삶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늘상 부딪혀 오는 뻑뻑한 일상들로 시간과 생활에 치이다 보면 일탈을 꿈꾸게 된다. 그렇지만, 또 한쪽에서는 그 삶을, 결코 아름답지 않은 삶을, 지탱하고 끝까지 밀고 나아가며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슷한 근현대사를 겪으며 고통받아온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남미는 멀고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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