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
김기형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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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주로



눈이 내린다. 눈은 싸늘했던 활주로의 등을 토닥도닥 두드려준다.

눈을 쓸어야 하는데, 눈을 쓸어야 하는데

쌓이는 눈을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눈물이 흐른다.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지나치게 감상적인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불쑥 솟아나는

눈물에 놀란다.


사람들은 어쩌면 눈이 내리는 활주로를 바라보며

공항 벤치에서, 바닥에서 밤을 지샐 것이다.

떠나온 곳과 떠나갈 곳의 기억을 모닥불 삼아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이 처절한 눈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눈은 녹는다.

눈물이 얼기 전에 눈은 녹는다.

눈물 속에 담긴 불을 연료 삼아

비행기는 활주로를 뿌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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