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다비드 르 브르통, 문신원 옮김, 느리게 걷는 즐거움(《걷기예찬》 그 후 10년), 북라이프
#걷기예찬


1.《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의 속편. 포맷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일반론적인 글(걷기의 위상, 길, 느림, 온몸의 감각이 열리다 등)과 각론적 성격의 챕터(지중해, 도시에서 걷다, 오래 걷기 등)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결론적으로 전편인 《걷기예찬》을 두 번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번역이 아쉽다. 김화영의 번역은 리듬감을 살린 시적인 번역인데, 이 책의 번역은 똑같은 서구식의 사물주어를 써도 비문으로 느껴지는 구절이 매우 많다. 주술관계의 호응과 영미식 번역투의 문장, 몇 번을 읽어도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 복문은 책을 가끔 덮게 만들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상처가 지속적이라면, 더 심하게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끈질긴 것이라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고통이다. 그때부터는 금지된 것을, 한때는 존재를 가득 채우던 것일지라도 이제는 체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141-142쪽



: 위 문장을 내용을 요약하면 “지속적인 상처는 끊임없는 고통이다. 그 상처와 고통은는 개인의 존재를 구성하던 거의 모든 것을 체념하게 만든다”는 내용 같은데 너무 직역에 의존하고 주어를 생략해 읽어도 쉽게 의미파악이 안 된다. 내가 독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적어도 세심하고 정밀한 번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예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 것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머리를 꽝, 몇 개의 문장 때문이다.



* 메모

-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말한다. “내 경우에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 (···)”

- 진지한 정신은 걷기에 적합하지 않다. 44쪽

“보행자는 결코 도착하지 않는다. 늘 지날 뿐이다.”

"도시의 가치는 즉흥성의 여지가 남아있는 장소들이 얼마나 되느냐로 가늠한다. 17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