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두고 읽는 장자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2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곁에 두고 읽는 장자, 김태관, 홍익출판사, 2015

 

1.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저자와 출판사 편집자가 상의해서 제목을 정했겠지만 지하철에서, 침대 옆 탁자에 두고 읽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정확히 사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우선 제목만 보고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는 것은 반은 성공했다는 의미다. 예전에 사이토 다카시의 '곁에 두고 읽는 니체'를 부담없이 재미있게 보았다.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이 저자다. 제목도 아마도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따와 쓴 것 같다. 

 의외로(?) 책이 잘 넘어간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보다 훨씬 잘 읽히고 와 닿는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로 장자를 해석한 책이고, 공자, 순자, 연암, 한시들을 장자의 구절과 연계시켜 풀어내고 있어서 사이토 다카시의 책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만족스럽게 읽었다. 


2. 우선 저자가 말하는 책소개를 들어보자. 저자의 분류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참조하고 어느 장이나 펼쳐서 읽으면 된다. 


- 《장자》33편을 이룬 수만 개의 문자는 거칠게 말하면 도와 무위, 그리고 지락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인수분해 된다고 할 수 있다. 존재론으로서의 도, 그 실천으로서의 무위, 그리고 가치관으로서의 지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10쪽

 

3. 메모


- 흥미롭게도 백정이 말한 세 단계는 선승들이 말하는 깨달음에 이르는 단계와 아주 흡사하다. 즉 소가 어떻게 보이는지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가 일깨워주는 단계와 상통한다. 성철 스님에 의해 유명해졌지만, 중국 당나라 청원유신선사가 남긴 원래 화두는 이렇다. 47쪽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보았는데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구나.

산은 물이요, 물은 산으로 보이는데

산은 역시 산이요, 물은 역시 물이로다.

 

山是山 水是水, 山不是山 水不是水. 山是水 水是山, 山是山 水是水.

 

이는 백정의 눈에 처음에는 소가 소로 보이다가, 그 다음엔 소가 소가 아닌 해부학적 물체로 보였다가, 마침내 소와 나의 경계를 초월한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과도 같다. 48쪽

 

- 무위라고 하여 손 놓고 방치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은둔이나 회피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무위는 그런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를 실천하는 것이다.

무위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했어도 뜯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풀잎을 뜯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즉 욕심의 손길로 풀잎을 뜯어내 들의 수평이 기울고 지구가 흔들거리게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한다. 104쪽

 

- 장자, 어부편 111-112쪽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자기 발자국 소리를 싫어했다. 그는 이것들을 떨쳐버리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을 내디딜수록 발자국 소리는 더욱 늘어났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계속 따라왔다. 그는 달리는 속도가 늦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탈진해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늘 속에 들어가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멈춰 서면 발자국 소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어리석음이란 이런 것이다.

 

-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월나라의 서시(西施), 한나라 원제의 궁녀 왕소군(王昭君),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貂蟬),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 ‘침어(沈魚), 미인의 아름다움에 넋이 빠져 물고기는 헤험치는 것을 잊어 가라앉음, 沈魚落雁’로 불리는 춘추시대 최고의 미인 서시는 오나라 왕 부차를 구워 삶기 위한 미인계에 이용되었다. ‘낙안’인 왕소군은 멀리 오랑캐 땅으로 시집가 원치 않는 삶을 살았다. 삼국시대의 ‘폐월’ 초선은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계략의 도구였다. ‘수화’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눈귀를 가리고 권력을 농단하다가 자결로 삶을 마쳤다.

 

중국 사람들은 역대 추녀로 막모(嫫母), 종이춘(鍾離春), 맹광(孟光), 완녀(阮女)를 꼽는다. 막모는 황제(黃帝)의 넷째 아내로 덕행과 지혜가 뛰어났고, 종이춘은 제나라 선왕의 과오를 바로잡고 왕후가 된 인물이다. 맹광은 후한시대의 현부였고, 완녀도 삼국시대 위나라의 소문난 양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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