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그리고 SK 와이번스 - 김정준 전 SK 와이번스 전력분석코치가 말하는
김정준.최희진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야신'의 의미 -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김정준,최희진 지음)를 읽고





1.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다. 야구의 신이라는 말이다. 2002년 김응룡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 라이온스가 코리안 시리즈에서 첫우승을 따낸 후 상대팀 감독인 엘지 김성근 감독에 대해 언급하면서 '야신'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야구(野球)는 한자 그대로 넓은 들판 같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쳐서 점수를 내는 경기다. 野라는 글자는 들판이라는 뜻도 있지만, 다른 뜻으로는 변방, 변두리라는 뜻도 있다. 





2. 나는 '야신'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감독이 '야신'인 이유는 그 변방성, 변두리성에 있다. 변방에 있지만 끊임없이 중심을 지향한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활동했던 그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변방인이었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분류됐던 그에게 살 길은 오직 실력과 승리뿐이었다. 죽기로 하면 살고, 살기로 하면 죽는다는 말을 넘어 '그냥 죽었다'. 


외인구단 같았던 쌍방울을 이끌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구단의 재정악화로 애지중지 키운 선수들을 타 구단에 시집보내야 했던 순간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우승경험이 없었던 sk와이번스를 이끌고 2007년, 2008년, 2010년 3번이나 우승했다. 


중심에 근접하면 중심부의 인력이 점점 강해지고 다가가는 물체는 점점 빨려들어 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구단의 중심축은 사장 내지 단장이다. 감독은 프론트의 인력에 이끌리기 일쑤다. 최고의 팀을 유지하고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구단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 그의 성격은 해고를 불렀다. 그의 삶은 승리와 우승의 삶이 아니라 해고의 삶이자 변방의 삶이다. 




"SK에서 해고된  후 이호준고 정대현등 몇몇 선수들이 서둘러 감독실로 향했다. 김성근 감독은 울고 있는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끌어안았다. '정대현이 원래 이렇게 컸던가' 김감독은 이날따라 정대현의 체구가 유달리 크게 느껴졌다. SK에서 5년가 고락을 함께 했던 선수들이 이만큼 장성했다는 게 새삼스러워 가슴이 먹먹했다."(106쪽)





3. '야신'을 조금 다르게 접근 해보자. 월드컵 축구대회에는 득점상과 함께 골키퍼에게는 '야신상'을 수여한다. 레프 야신(Lev Yashin)이라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골키퍼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김성근의 야구는 3점을 주고 4점을 내는 야구가 아니라 1점을 내고 한 점도 주지 않는 야구다. 지키는 야구를 위해서는 수비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을 체득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키는 훈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까지 훈련을 했는데 지면 너무 억울하기 때문에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은 생각했다. 



농구경기에서 '덩크슛은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고 한다. 1990년대 NBA에서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은 감독 필잭슨이 만든 '트라이엥글 공격'을 완벽히 이해했을 뿐 아니라 그들 하나하나가 정상급 수비수였다. 강력한 수비가 없었다면 우승을 6번이나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이 첼시 감독인 무리뉴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조세 무리뉴'는 2003-2004시즌에 포르투칼의 FC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한 이래 첼시,인터밀란,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비결은 기계처럼 돌아가는 전술운용과 수비에 있었다. 



수비가 탄탄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다. 김성근의 야구는 수비다. 수비 안정화를 위해 실수한 선수를 따로 불려 경기 후에는 새벽까지 수비훈련을 시켰고, 안되면 될 때까지 조련했다. 






4. 이 책은 sbs야구 해설위원이었고, 지금은 한화에서 김성근 감독과 일하는 그의 아들 '김정준'코치가 아버지가 sk에서 2011년에 해고된 후 2012년 3월에 나온 책이다. 아들로서 지근에서 지켜본 전력분석팀장으로서 김성근 야구를 해부한다. 총 14장을 나누어 '투수는 팀의 기본' '지도자는 아버지다' '구단과의 대립' '지옥훈련' '재밌는 야구는 이기는 야구다' '감독의 야구' '한국시리즈'의 챕터에서 야인 김성근을 말하고 있다.



김성근 신드롬과 리더쉽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즈음에서 큰 울림을 주는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끝마친다.





264쪽)

김감독이 홀수 해마다 헤메는 정우람을 불러 "야구를 가늘고 길게 할 거냐, 아니면 굵고 짧게 할 거냐"고 물었다. 정우람은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는 뜻으로 "가늘고 길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가늘게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야구 인생이 짧게 끝난다. 매순간 굵게 살려고 노력해야 자기만의 특화된 장점이 생겨 길게 갈 수 있다" 

감독의 이 한 마디가 정우람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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